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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별이 주는 의미/원종성 동양에레베이터 회장(로터리)

일년 중 가장 풍요로운 들판이 있고 가장 아름다운 하늘이 있는 요즈음이다.아무리 살 맛 나지 않는 세상이라 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 공기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오늘은 조금 더 낳아질 거라고 예감을 갖게 하니 이 계절이 가져다 주는 축복이라 생각해본다. 그러나 누구보다 이 가을을 아름답게 맞이하는 이들이 있다면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일 것이다. 가을 고궁에 가보면 결혼예복을 입고 함박 웃음을 터뜨리는 그들에게서 우리가 잃어가는 사랑과 희망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 겨레의 전통 혼례에 따르면 허리 부분을 보자기에 싼 나무기러기 한 마리를 땅에 두게 되는데 그 머리를 북쪽으로 향하게 둔다. 그리고 신랑은 북쪽을 보고 엎드려 있다가 일어서서 두 번 절을 올린다. 왜 하필이면 북쪽에 절을 올릴까? 거기에 아홉개의 별이 있기 때문이다. 북두칠성의 일곱 개 별을 포함하여 위쪽으로 두 개의 별이 있는데 이 별을 자미성이라고 부른다. 나무기러기는 북쪽으로 날아가서 이 아홉별에게 사랑으로 맺어지는 선남 선녀의 혼인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기러기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은 아홉별은 이제 남편과 아내가 된 이들을 지켜주게 되는데, 이 별이 정녕 아름다운 이유는 젊은 두 사람에게 부귀 영화를 이루게 해주는 별이 아니라 두 사람이 헤어지는 일이 없이 백년을 함께 늙어가도록 만드는 별이라는 것이다. 최근 이혼율이 17%에 다다름과 동시에 재혼을 위한 공개 구혼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더군다나 자신의 행복할 권리를 앞세우며 재혼할 경우 자식맡는 일까지 꺼린다고 한다. 세상이 바뀌는 일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다만 또다시 아홉 별에 가서 혼인 소식을 전한다면 자미성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아무래도 기러기는 보내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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