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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이푸(사진)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명예원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초국가적 통화를 기축통화로 설정해야 한다"며 '페이퍼골드'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축통화를 제안했다. 한국경제의 개조를 위해서는 관피아의 폐쇄성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11일 한국경제학회가 연세대에서 개최한 제16차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린 원장은 "금융위기가 인위적인 위안화 약세로 전세계 무역불균형을 초래한 중국 탓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미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위안화는 달러 대비 오히려 20%나 절상됐다는 것이다.
이날부터 이틀간 '포스트 테이퍼링시대 동아시아 경제전망 및 한국경제 개조'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에는 300여명의 국내외 저명 경제학자들이 120여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으며 약 550여명이 참석한다. 세계은행(WB) 부총재를 지낸 린 원장은 '포스트 테이퍼링' 세션에서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이후 금리인상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년에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하지만 미국의 실질적 고용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중국경제는 향후 수년간 7.5% 내외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선진국과 달리 투자기회가 많고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경착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달러 대신 '페이퍼골드'라는 새로운 기축통화 개념을 제시했다. 페이퍼골드란 실제 금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일종의 증서로 실제 금은 아니지만 실물 금 가격과 연동된다. 이는 개별 기축통화 지위국의 정책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린 원장은 한국의 위안화 허브 정책과 관련, "한국은 광활한 중국의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를 얻을 것"이라며 "한국이 위안화 허브가 되는 것은 정책 선택의 문제"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국 간 교역규모가 커 한국이 하기 나름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경제 개조' 세션에서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관피아'의 폐쇄성을 이례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공무원들은 폐쇄된 채용과정을 통해 임관하며 때로는 유관기관에 재취업한다"며 "관피아라고 부르는 행태인데 이로 인해 부패가 발생하고 효율적인 국가경영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증가율이 크게 감소한 일본과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연착륙한 싱가포르를 따라갈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며 "더 나은 국가경영체계가 구축돼야 고성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세션의 사회자로 참가했던 현정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정부와 기업·국민이 이번 학술대회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실행'에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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