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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현장/대우그룹<DEUK>(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입력1996-10-01 00:00:00
수정
1996.10.01 00:00:00
이세정 기자
◎북아일랜드 25,000평위에 우뚝/88년 설립 유럽용VCR 연70만대 제조/“최적의 생산라인을” VMC운동 박차『대안이 없다. 유럽시장을 포기하지 않는 한 현지생산은 불가피하다. 얼마나 생산성을 높이느냐 하는 문제만 남을 뿐이다.』
대우전자가 유럽에 판매용 VCR(Video Cassette Recorder)를 생산하는 현지법인인 대우전자 벨파스트공장 DEUK(Daewoo Electronics U.K.Ltd.)의 법인장 오세각부장은 기업의 해외투자에 대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주기적인 소요와 아일랜드 혁명군(IRA)의 테러로 유명한 북아일랜드의 중심도시인 벨파스트시에서 승용차로 북쪽으로 30여분 달리면 공단도시인 앤트림시가 나타나고 그 입구에 DEUK가 자리잡고 있다.
유럽 대부분 지역이 그렇듯 초록색 초원과 숲으로 둘러싸인 이곳 DEUK공장에서 8백여명의 영국 근로자들이 연간 70만대의 VCR를 생산, 유럽지역에 팔고 있다.
대우전자가 이곳에 진출한 것은 지난 88년. 당시 유럽공동체(EC, EU의 전신)는 한국산 VCR에 대해 23%라는 높은 덤핑관세율을 부과하도록 예비판정을 내렸고 유럽시장을 놓칠 수 없었던 한국 전자업체들은 앞다퉈 유럽 현지생산을 추진했다.
이때 사회불안 등을 우려해 남들이 눈을 돌리지 않았던 북아일랜드에 진출한 것은 조그마한 틈이라도 파고드는 대우의 기질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경제발전으로 사회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영국 정부와 북아일랜드 지방정부는 다른 지역보다 파격적인 외국기업 유치조건을 제시하는 점을 노린 것이다. 또 근로자 임금도 영국내 다른 지역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88년 11월 자본금 1백만달러로 설립된 DEUK는 1만5천평의 토지에 3천평의 건물을 지어 89년 4월부터 덤핑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유럽시장용 VCR를 조립생산하기 시작했다.
DEUK에 대한 투자규모는 점점 늘어나 현재는 자본금 1천8백만달러, 총투자액 7천만달러에 대지 2만5천평, 건물 5천평 규모로 커졌다.
이 과정에서 DEUK는 투자금액의 절반가량을 북아일랜드 지방정부로부터 보조받았다. 또 북아일랜드지역은 영국내 다른 곳과 달리 제조업 공장에 대해서는 평당 50파운드(약 6만5천원)인 재산세를 면제해주고 있으며 땅도 평당 20달러(약 1만5천원) 수준에 싸게 제공했다.
88년당시 대우의 과감한 투자에 감명받은 북아일랜드 지방정부의 산업개발청(IDB)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은 물론, 다른 한국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서울사무소까지 설치했다. IDB의 잭 켐벨 해외담당이사는 『대우의 투자를 계기로 한국기업에 대해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북아일랜드가 유럽시장을 노리는 한국기업들의 투자 최적지라는 결론을 내려 한국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IDB의 10개 해외사무소중 서울사무소가 상주인력 5명으로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1차투자당시 조립생산위주였던 DEUK는 94년 대규모의 2차투자를 통해 독립적인 VCR공장으로 탈바꿈 했다. VCR의 핵심부품인 드럼을 가공, 조립하고 데크까지 조립생산할 수 있는 생산라인이 추가로 94년 12월 설치됐다. VCR생산을 위한 모든 라인을 갖춘 DEUK는 국내기업의 해외 VCR생산공장중 가장 큰 규모이다.
오부장은 『4∼5년간 현지공장을 무난하게 운영해왔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데크 및 드럼까지 현지 생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추가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처럼 VCR 생산을 위한 모든 공정을 갖췄다는게 DEUK의 강점이면서 자칫 약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게 오부장의 냉정한 분석이다. 94년 당시 생산라인이 추가로 설치되면서 갑자기 복잡해진 공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한때 생산성이 추락했던게 바로 이같은 약점의 노출이었던 셈이다.
88년 설립요원으로 북아일랜드에 와 93년초까지 근무했다가 지난해 6월 법인장을 다시 온 오부장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VMC운동(가시관리운동, Visualized Management Campaign)을 전개했다. 복잡한 VCR 생산공정이 하나처럼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있기 위해서는 공정간 조화가 가장 중요한만큼 이를 위해 각 생산라인이 최적상태에 놓여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들자는게 VMC의 취지이다. 각 생산라인마다 부품 및 재고현황을 가시화해 다른 공정에서도 이를 감안, 적정관리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DEUK는 VMC를 통해 복잡해진 공정을 연계, 관리할 수있게 되었고 올해부터 제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VCR는 갈수록 시장경쟁이 치열해져 일부에서는 한계품목으로 치부할 정도이다. 일본기업의 동남아제품이 덤핑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4년전에 개당 1백50파운드수준였던 기본품 VCR의 가격이 최근 1백파운드 밑으로까지 급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DEUK는 이같은 경쟁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매년 20∼30% 수준의 생산성 향상을 이루지 않고는 유럽 VCR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각오이다.
DEUK는 이를 위해 현재 대우전자 구미공장의 90% 수준인 시간·라인당 생산량을 내년에는 같은 수준으로 맞춰나갈 계획이다.
지난해를 고비로 DEUK의 인건비지출이 구미공장보다 낮아졌고 근로자들의 기술수준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어 부품의 현지조달을 통한 원가절감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매년 20∼30% 수준의 생산성 향상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지난해 9천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한 DEUK는 올해 1억3천만달러를 무난하게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EUK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6.5∼7달러 수준으로 한국의 7.3달러보다 낮다. 또 지난해 7명의 근로자를 구미공장에 파견, 1년동안 근무시키면서 공정개선능력, 신모델에 대한 적응력등을 키우도록 했다.
DEUK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1천여개에 달하는 부품 및 자재의 저렴한 조달이다. 리모컨의 경우 가격이 낮은 미얀마산 제품을 구입할 정도이다. 다행히 지난해 50% 수준였던 자체 브랜드제품이 올해 80%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동일규격의 대량 부품 조달이 가능해져 원가절감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DEUK는 또 대화금속, 대성, 대우전자부품 등 부품업체들의 동반진출을 유도, 원가절감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대화금속의 경우 대우전자가 40% 자본을 출자, 동반진출을 도와줬다. 프레스 및 플라스틱 사출업체인 대화금속의 현지법인장인 허운이사는 『현재 DEUK뿐 아니라 인켈, LG 등 유럽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게 골고루 납품하고 있다』며 『대우전자가 요구하는 가격으로 부품을 납품할 수 있으면 세계 어느 공장에도 납품이 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격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VCR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DEUK의 몸부림은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의 생산단가가 한국보다 낮아져 현지생산이 불가피해진만큼 생존을 위해서는 DEUK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절박한 모습이 DEUK의 장래를 비춰주고 있었다.<앤트림=이세정>
◎인터뷰/오세각 DEUK 법인장/“기술의 현지화로 난관 극복”
오세각 부장(DEUK 법인장)은 88년 현지법인 설립 때부터 93년초까지 근무했다가 지난해 6월 다시 불려온 DEUK의 분신이다. 지난 94년 12월 드럼가공 및 데크생산을 위한 추가 투자로 공정관리가 복잡해지면서 생산성이 떨어지자 정상가동을 위한 특별관리자로 차출된 것이다.
현지인 관리자들이 「공장 전체를 훤히 꿰뚫어보고 있다」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마음을 털어놓고 속사정을 얘기할 수 있는 관리자」라고 평가하고 있는 오부장은 『유럽의 VCR시장이 존재하는한 DEUK로 승부를 낼 수밖에 없다』고 DEUK의 존재의의를 정의했다.
현재 DEUK의 상태를 평가한다면.
▲VCR시장이 원체 빡빡해 어려움이 많다. DEUK의 생산성만 놓고 본다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은데 VCR시장의 경쟁 때문에 뭐라 할 수 없다. 연간 20∼30%의 생산성 향상을 이루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
영국인들과 일하는데 어려움은.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전혀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 임금수준은 한국보다 낮으면서도 성실하게 일하는 근로자들의 자세는 오히려 한국보다 낫다.
공장 경영여건을 한국과 비교한다면.
▲간접비용 지출규모는 구미공장보다 낮은 수준이다. 임금이 낮은데다 금융비용이 연간 5∼6%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규제 등에 따른 불필요한 시간낭비도 전혀 없다. 이곳에서 6년이상 근무했지만 관청에 가본 적이 한번도 없다. 세무서에서도 초기에는 부가가치세 때문에 1년에 두번정도 찾아오더니 요즘은 전부 서류로 처리하고 있다.
DEUK의 현지화정도는.
▲거의 모든 부품 및 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하고 있다. 또 영국인 중간관리자들을 육성, 앞으로 한국인 주재원을 대폭 줄일 계획이다. 현재는 한국인과 영국인 매니저가 각각 9명씩이다. 한국인은 본사와의 연락 등 지원부서에만 근무하고 공장관리 등은 전부 영국인이 맡고 있다.
앞으로 신모델을 현지에서 즉각 소화할 수 있고 양산에 따른 기술적 어려움을 현지에서 해결하는 등 제조 및 생산기술의 현지화에 주력할 생각이다.<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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