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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기업 부동산의 가치

서원정 삼정KPMG 감사 부문 대표

기업이 신사옥을 구입하면서 1층이나 지하층을 쇼핑몰이나 은행 등에 임대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신사옥을 취득하는 데 100억원을 지불했다면 재무제표에는 어떻게 기록할까. 건물을 용도에 따라 나눠 건물 중 직접 사용하는 부분은 유형자산으로 표시하고 임대를 준 부분은 투자부동산이라는 계정과목으로 구분해 표시해야 한다. 국제회계기준에서는 기업이 그 자산을 왜 취득했는지를 고려해 직접 사용하는 목적이면 유형자산, 시세차익이나 임대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이면 투자부동산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건물 하나를 취득하더라도 용도 및 목적에 따라 구분해 표시해야 한다.

유형자산이건 투자부동산이건 회사의 재무제표에 토지가 100억원으로 기록돼 있다면 회사는 이 토지를 100억원을 주고 구입했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지금 현재 시세가 100억원짜리 토지라는 의미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회사의 선택사항이다. 즉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을 재무제표에 기록하는 방식은 원가모형과 재평가모형(투자부동산은 공정가치모형으로 명칭)으로 구분되며 회사가 어느 모형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재무제표에 기록되는 금액이 달라진다. 원가모형은 10년 전이건 20년 전이건 회사가 당시 100억원에 취득했다면 현재 시세와 상관없이 100억원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반면 재평가모형은 시세의 변동을 반영해 기말 현재 시세, 즉 공정가치를 재무제표에 기록하는 것이다. 회사가 어느 모형을 선택했는지는 재무제표 주석을 확인해보면 된다.

따라서 두 회사가 재무제표상 유형자산이나 투자부동산에 토지를 100억원으로 표시했다 하더라도 A사는 원가모형이어서 당초 100억원에 취득한 토지이고 B사는 재평가모형을 선택해 당초 취득가액이 10억원인데 그동안 가격이 상승해서 기말 현재 시세가 100억원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두 가지 이상의 회계처리가 허용되는 경우, 회계정책이 다른 두 회사를 재무제표에 표시한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던 당시 공정가치로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어떤 기업들이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한참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막상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한 후 분석해보니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 모두 원가모형을 선택하고 있었다. 회사가 유형자산이나 투자부동산을 재평가모형으로 선택하면 자산가액이 예를 들어 취득원가인 100억원이 아닌 현재 시세인 150억원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당장 부채비율의 개선 효과가 생긴다. 반면 재평가모형을 선택하면 시세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재평가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는 점, 재평가모형에서 다시 원가모형으로 변경하기 어렵다는 점 등의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가액이 상승하고 있어도 원가모형으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공정가치의 상승분이나 하락분 모두 당기손익에 반영하는 공정가치모형과 달리 재평가모형은 하락 시에만 당기손실로 반영하고 상승 시에는 미실현이익으로 보기 때문에 당기 경영성과에 영향이 없다는 점도 경영진이 원가모형을 선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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