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자드펀드가 운용 중인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일명 장하성펀드)와 이 펀드가 투자한 벽산건설과 동원개발이 23일 열린 주총에서 잇따라 충돌했다. 특히 동원개발 주총의 경우 장펀드 측에서 “날치기 주총을 했다”며 주총무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혀 양측간 충돌이 법정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크라운제과 주총은 양측의 당초 합의안대로 안건이 통과돼 별다른 마찰이 없었다. 장하성펀드는 이날 벽산건설 주총에서 부당내부거래를 주장하며 김희철 회장 연임과 백명현 감사의 신규 선임안에 반대해 표 대결을 벌였으나 결국 김 회장과 백 감사 선임건이 모두 통과됐다. 장펀드 측은 “벽산건설이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벽산건설 최대주주인 인희(52.1% 지분보유)와의 거래과정에서 400억원의 손실을 봤다”며 인희와의 거래중단과 함께 벽산건설 주식 533만주를 소각할 것을 요구해 양측의 설전이 벌어졌다. 동일권 라자드운용 한국대표는 “벽산건설은 김 회장 등이 지분 75.7%를 보유한 인희와 거래하면서 상당한 손해를 본 만큼 벽산건설 소액주주들을 위한 주식소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인상 벽산건설 대표는 “벽산건설과 인희 모두 윈윈 하기 위해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동원개발 주총에서는 당초 합의와 달리 장펀드가 추천하기로 했던 박응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운영위원의 비상근감사 선임안이 부결되면서 양측의 갈등이 고조됐다. 동원개발은 특히 장펀드 측과 코아베스트 등의 일부 외국인 주주와 일부 지분의 위임을 받은 증권예탁원 관계자의 주총장 입장을 막아 날치기 주총을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동원개발 측은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이사나 감사도 많은데 굳이 비상근 감사를 추가로 뽑아야 하느냐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비상근 감사선임 안건이 부결됐다”고 말했다. 반면 장펀드 측은 당초 회사 측과 비상근감사 1명을 추천하고 회사가 추천하고 펀드가 동의한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하기로 합의했었는데 주총에서 이 같은 합의가 일방적으로 깨졌다며 앞으로 주총 무효소송을 제기하고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반발했다. 한편 동원개발 주가는 이날 장펀드 측과의 법정 소송 비화가능성 등으로 2.06% 오른 반면 벽산건설과 크라운제과는 각각 3.2%와 1.89%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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