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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하수 뚫고 용수 먼저 제공하세요. 물마른 논은 살수차, 레미콘, 소방차 등 있는 수단 모두 동원해서 물 대세요."
15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 이호리 마을.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봄가뭄으로 모내기를 못하고 있는 농가를 찾아 신속한 농가 지원을 지시했다.
현재 충남 지역은 전국에서 가뭄이 가장 심각하다. 그 중에서도 상황이 안 좋다는 이호리는 5~6마지기(1마지기=약 660m²) 건너 1~2마지기는 모내기조차 하지 못한 상태였다. 한 주민은 "10년래 가장 큰 가뭄"이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지하 140m까지 땅을 파내려가 논에 사용할 지하수를 찾고 있었다.
현재 홍성군은 지난 5월 중순부터 비가 20mm가 채 오지 않았다. 평년의 60% 수준이다. 군내에서 벼농사를 짓는 9,974ha 중38ha는 모내기를 못했다. 물이 부족한 곳도 489ha에 달한다. 밭작물도 1,688ha 중232ha는 비가 안 와 파종을 못했거나 시든 상태다. 아직까지는 좀더 버틸 수 있지만 가뭄이 계속되면 실제 피해가 예상된다.
현장 시찰에 동행한 염창수 홍성군 부군수는 "18일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웬만한 저수지와 하천이 고갈될 것"이라며 "45개 저수지 중 10개가 바짝 말라 지하수 시추를 31개 곳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거차리 마을도 상황은 비슷했다. 소규모로 지하수를 뚫어 하루에 200톤을 주변 농가에 공급해 모내기용 물을 대고 있었다. 이곳도 물이 마른 논이 자주 눈에 띄었다. 저수량이 9,000톤이었다는 마을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서규용 장관은 "가뭄이 최악의 상황이면 고추가 뒤틀리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며 "정부가 어제 50억원에 이어 오늘도 90억원을 지원해주기로 한 만큼 조금만 더 노력해달라"고 했다. 기상청은 이달 말께면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태안은 가뭄이 치명적이다. 논농사를 짓는 곳의 97%가 모내기를 못했다. 바다 근처에 있어 지하수를 파면 짠물이 나와 대책이 없는 상태다.
반면 금강이 있는 공주 인근 지역은 물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았다. 특히 계룡저수지 주변의 논 3,457ha는 모두 모내기를 마쳤다. 박재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지난 2011년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으로 저수량이 130만톤 늘었다"며 "농민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고위관계자는 "현장에 와서 확인해봐도 가뭄인 것은 맞지만 물대는 기술 등이 발달해 실제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모내기를 못한 곳도 이달 말까지 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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