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기구(OPEC)발 슈퍼달러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원 넘게 급등(원화가치 하락)했다. OPEC의 원유 감산이 무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원유에 투자했던 자금이 달러 표시 자산으로 이동해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낸 것이다.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원10전 오른 1,12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급등에 따른 부담감과 엔·달러 환율하락 등으로 전 거래일보다 5원60전 오른 1,113원 50전에 장을 마쳤다. 원·엔 환율은 오후3시 현재 전 거래일보다 49전 내린 100엔당 936원58전(외환은행 고시 기준)에 거래됐다.
OPEC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일일 원유생산 한도를 3,000만배럴로 유지하면서 유가는 급락하고 대체 투자처인 달러 가치는 크게 오르고 있다. 1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19.03엔으로 7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119엔대에 진입했다. 세계 주요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88.45까지 올라 2010년 6월7일(88.40) 이후 4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외에 유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됐고 이에 일본·유럽 등에서 추가 통화완화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며 달러 가치를 끌어올렸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라며 "앞으로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11월 수출이 흔들렸고 산업생산을 비롯한 주요 경제지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의심도 커져 원화는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말께 원·달러 환율이 1,14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도 "당국 입장에서도 엔화 약세, 물가하락을 막기 위해 원·달러 환율 상승을 유도할 수 있어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원·위안 직거래시장이 국내에 처음 개설돼 거래를 시작했다. 위안당 180원30전에 거래를 시작해 소폭 상승(위안화 대비 원화 약세)한 180원77전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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