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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담화이후(사설)

김영삼 대통령이 또 다시 TV를 통해 국민앞에 섰다. 이번엔 지난 92년 대선자금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로서 「정치개혁에 관해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아리송한 형식을 빌렸다. 지난 2월25일 현철씨 문제로 사과를 한뒤 석달여만이다.김대통령은 그동안 대선자금 규모는 5년전의 일로 자료가 없어 밝힐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대해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비등하자 진화차원에서 나선 것이다. 따라서 그 내용에 대해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담화는 국민들의 기대에 미흡했다. 대선자금 규모에 대해서는 『정당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는 표현으로 넘어갔다. 또 자금의 내역을 일일이 집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까지 달았다. 대통령이 지금까지 고집해온 「공개 불가능」의 연장선상이다. 벌써부터 야권에서는 하야론까지 들먹이고 있다. 실망감은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는데 역시나로 끝나니 그럴수밖에 없다. 고비용정치구조 청산 차원에서 대통령의 솔직한 「고백」을 기대했다. 어림잡아 대강만이라도 밝히기를 바랐다. 그것만이 흐트러진 민심을 추스리고 다가오는 대선에서 돈안드는 선거혁명을 이룩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에서였다. 실종된 정치를 대화의 장으로 되돌릴 수 있는 해법이기도 했다. 대선자금과 관련된 법적 책임은 사실 대국적인 견지에서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런데도 대선자금문제는 대통령의 거부로 물 건너갔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제반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중대결심이 무엇인지 국민들도 궁금해 한다. 정치권에 한파를 몰고 와 대선을 앞둔 정국을 급랭시키지나 않을는지 우려된다. 대통령은 또 안보와 경제문제를 거론, 남은 임기동안 나라의 평안과 발전, 경제 살리기를 위해 진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경제살리기와 관련,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지나친 차입경영을 제한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9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새로운 각오로 국정에 힘쓰겠다니 늦었지만 마지막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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