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사진) 한국은행 총재의 입을 주목하라.” 오는 10일 열리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는 5% 중반대로 치솟아 한은의 물가안정 의지가 흔들리고 있고 한은에 대립각을 세웠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하반기 경제운용을 물가안정으로 천명한 채 과잉유동성 문제까지 들먹여 한은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다. 특히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6월 초 120달러에서 140달러로 뛰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등 대외여건도 6월 금통위 때와 크게 달라졌다. 이 때문에 ‘한은만 빼고 온 나라가 물가걱정을 한다’는 수모까지 당하고 있는 이 총재가 이번에야말로 ‘인플레이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라는 본연의 매파적 성향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한은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 아무런 시그널도 주지 않은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금리를 올리기는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에 이달에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강력한 발언과 함께 연내 금리인상까지 암시하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강 장관까지 유동성 문제를 언급하는 등 정책 당국자가 모두 물가 걱정을 하는 마당에 이 총재만 입을 다물고 있다”며 “물가안정이 최우선인 중앙은행으로서는 뒷북을 치는 면은 있으나 금리인상이 정답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밍상으로는 이달 ‘인플레이션이 심히 걱정된다’는 식으로 시장에 사인을 준 뒤 한두 달 뒤 액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금리인상은 한번이든 두 번이든 실행하기만 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금리동결을 내다본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로 당장 기준금리 인상은 무리”라며 “하지만 전보다 강한 톤의 물가안정 의지 피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8월 미국에서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국내에서도 여건이 성숙될 테고 물가가 정점에 달할 때 금리인상에 힘이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물가관리목표제를 보면 연내 금리동결보다는 금리인상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우선 한은의 하반기 물가전망치(5.2%)는 연말께 기저효과로 4%대까지 내려가더라도 적어도 앞으로 수개월간은 5% 후반대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즉 한은으로서는 눈 뜨고 지켜보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얘기다. 3년 평균치(3.5%)인 한은의 중기 물가목표제도 마찬가지다. 2007년 2.5%, 올해 4.8%라면 내년 물가 마지노선은 3.2%다. 유가급락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은이 안팎의 존재이유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금리인상 카드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달 금리동결을 예측했지만 “경기둔화보다는 물가불안이 더 위험해진 상태여서 중앙은행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금리인상 시점은 9월 전후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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