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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내 금융교육 소홀
입력2003-05-22 00:00:00
수정
2003.05.22 00:00:00
이진우 기자
우리나라 학부모 대부분은 자녀들의 조기 금융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가정에서의 금융교육은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학부모들 스스로가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탓에 가정내 금융교육수준을 `미` 이하로 평가한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국민은행연구소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서울 및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부모 513명과 초등학생(4∼6학년) 233명을 대상으로 가정 내 금융교육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 결과 `가정에서 이뤄지고 있는 금융교육`에 대한 평가에서 `미`라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42.1%로 가장 많았으며 `양`과 `가`로 평가한 응답자도 각각 37.3%와 11.2%에 달했다. 반면 `우` 이상의 긍정적 평가를 한 사람은 9.4%에 그쳤다.
학부모들은 특히 가정에서 금융교육을 할 때 “아껴 써라”, “저축해라” 등의 형식적이고 기초적인 수준에 그칠 뿐 `투자`나 `재무계획`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금융문맹문제를 1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학부모들이 스스로의 역할을 다하지 않은 채 국가나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가장 효과적인 금융교육 주체를 묻는 질문에 과반수인 52.4%의 부모들이 `학교`라고 응답한 반면 `가정`을 선택한 경우는 19.7%에 지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미국의 가정과 비교할 때 `저축하는 방법(미국 85%, 한국 76%)`과 `현명하게 돈쓰는 방법(미국 89%, 한국 96%)` 등 기초적인 지도항목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으나 `돈을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부모는 미국이 71%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3%에 그쳤다. 또 미국의 61%가 `재무계획`을 지도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36%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금융교육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으며 특히 `돈 관리능력(30.9%)`을 `영어(29.2%)` 나 `국어(23.2%)` 등 정규과목 보다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또 전체 응답자의 91.8%가 조기 금융교육의 시기를 초등학교 졸업 전이라고 답하는 등 현실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박 철 국은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청소년 금융문맹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부모를 중심으로 한 가정에서의 금융교육 활성화가 시급하다”며 “특히 금융교육의 양(量)적 측면보다는 어려서부터 돈을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등의 질(質)적 측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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