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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보호장치(논쟁)
입력1996-12-26 00:00:00
수정
1996.12.26 00:00:00
김태일 기자
내년부터 증권거래법 200조1항의 「1인 주식소유 10% 제한규정」이 철폐됨에 따라 그동안 수면 밑에서 진행되던 M&A(Mergers & Acquisitions: 기업 인수 및 합병) 시도가 공개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가시화된 M&A움직임은 최근 10대그룹 계열 상장기업에 까지 확산되면서 재계의 뜨거운 관심과 논란을 불러왔다. 일부에서는 M&A가 활성화될 경우 기업지배구조 문제에 있어서도 시장경쟁의 원리가 적용됨에 따라 투명한 경영과 기업의 생존경쟁력이 강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시각에서 받아들인다. 그러나 전경련등 재계에서는 경기침체에다 시장개방으로 국내외 경쟁력강화에 전념해야 할 기업들이 경영권 보호를 위해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역효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재계의 최대현안으로 부상한 M&A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양측의 입장을 들어본다.<편집자주>◎불황탈출 위해 경영권 안정화 필요/현 제도선 적대적 인수합병 방어 불가능/자사주 취득한도 확대등 제도보완 시급/ 방치땐 막강한 자금력 내세운 외국자본 먹이될 것/김태일 전경련 이사
그동안 기업경영권 안정에 기여해온 증권거래법 200조 대량주식취득제한 조항이 내년 3월말로 페지돼 기업경영권을 둘러싼 M&A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과 자본시장 개방으로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기업의 M&A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어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가 가장 큰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비해 국내 M&A 관련제도는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는 물론 적대적 기업인수로부터 경영권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측면에서 극히 미비한 실정이다.
M&A제도 활성화는 경영진의 경영효율성 제고노력을 촉구하고 독점적 경영권 행사를 방지해 소액주주의 권익을 증대시키는 등 기업경영뿐 아니라 국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는 증권제도 발전이나 투자가들의 도덕성, 기존 경영권자들의 방어능력 등 제반여건이 갖추어져 있을 때 극대화될 수 있다. 여건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영권을 둘러싼 비생산적인 M&A활동은 기업의 경영노력을 생산 및 투자활동 보다 M&A에 대응하는 지분관리활동에 더욱 신경쓰게 하는 등 기업경영력의 분산을 초래함으로써 기업본연의 경영활동 마저 크게 제약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최근과 같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이에 대응해 기업들이 핵심기술개발, 설비투자 확대, 경영혁신 등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 이에 투입돼야할 상당한 자금을 M&A에 대응해 안정지분 확보에 사용하게 되는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한화종금 사태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증권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M&A활동은 긍정적 효과보다는 경경권확보를 위한 과열경쟁과 증권시장 교란, 이로인한 비용의 낭비 등 바람직하지 않은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과 같이 기업경영의 사회적 책임이나 의무감없이 단지 재테크의 관점에서 기업매수가 활성화될 경우 M&A 대상주를 중심으로한 주가의 급변동과 자금의 빈번한 이동으로 증권시장의 안정성이나 장기적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특히 외국인의 주식투자제한 확대 등 자본시장 개방확대로 국내의 성장유망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과 M&A관련 신기법을 앞세운 외국자본의 집중적인 M&A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또 총액출자가 제한된 대규모 기업집단과 공개촉진 등 주식분산정책에 호응해온 기업들은 오히려 안정경영권 확보에 어려움을 격게 될 것이며 비상장기업의 경우 경영권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상장을 기피하려는 경향도 커지게 될 것이다.
이같은 부작용과 관련해 80년대 M&A 열풍에 휩싸여 기업경쟁력 약화와 자본시장 안정을 경험한 미국이 기업경쟁력강화와 자본시장 안정차원에서 관계법을 개정, 적대적 인수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용이하게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M&A 자유화에 대응한 정부의 증권법 개정안이 발효돼 내년 4월부터는 이같은 현재의 제도적 문제점이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 내년 3월말까지의 공백기간이다.
이 기간중 현행법규의 미비점을 이용해 종금, 증권, 지방은행 등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장사를 주요 목표로하는 편법적인 기업탈취시도가 잦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시적인 조치로 기업인수자의 자금출처조사 방침을 천명하는 한편 5%룰(5% 이상 주식매입시 증권감독원에 신고토록한 증권법 200조 규정) 위반자에 대한 제재의 엄정한 적용, 시세조종 및 허위사실 유포 등 불량거래자에 대한 제제강화 등의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와함께 증권거래법상 자사주 취득한도를 15∼20%로 확대하고 자사주 취득 역시 공개매수로 가능토록 보완해야 하며 5%룰의 적용에 있어 공동매수자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를 시행령에 구체화하는 등 관련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우 경제력 집중완화 차원에서 총액출자가 제한되고 상호출자가 금지되고 있어 적대적 M&A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에 있게되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기업의 자구책 강구차원에서 긴급한 경우 총액출자 제한의 예외를 인정하고 자본시장 개방후 안정경영권 확보에 성공한 일본의 경우처럼 상호주보유가 허용돼야 한다.
이같은 국내외 기업에 의한 M&A확대추세에 대해 기업자체의 대응노력도 중요하지만 M&A활동을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안정경영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은 더욱 중요한 요소이다.
□약력
▲45년 충북생
▲고려대 경제학과
▲전경련 사회협력·조사부장
◎시장경제 부정하는 자본 이기주의/독과점 이익에 대한 기득권 유지 발상/대기업의 부실계열사 인수대상 당연/총액출자한도등 완화땐 문어발식 확장 가속화/이필상 고려대 교수
전경련은 최근 기업의 경영권안정을 위해 자사주취득한도를 대폭 확대하고 기업인수자에 대해 자금출처조사를 하라고 건의했다.
또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적대적 M&A(Mergers & Acquisitions:기업인수합병) 대상이 될 경우 총액출자한도와 상호출자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주주들의 경영방식에 반발해 경영권 도전에 나선 한화종금사태와 관련해 나온 것으로 대기업들의 경영권을 정부가 보호해줘야 한다는 논리에 의한 것이다.
전경련의 주장은 시장경제의 기본흐름을 부정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또 강자가 약자들에 의해 한번 도전을 받자 제3자의 힘을 빌리거나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 진입을 봉쇄하려는 부당한 이기주의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시장경제는 적자생존 원리를 생명으로 한다. 시장에서 수익성이 높고 미래전망이 밝은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자연도태되는 정글의 법칙이 성립될 때 그 나라 경제는 고도의 경쟁력을 갖고 풍요로운 발전을 한다.
M&A는 이러한 자본주의 법칙을 성립시키는 강력한 수단이다. 즉, 효율적 경영을 통해 최대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제공할때 경영권은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대이하의 이익이나 손실을 볼때 경영권의 불안은 당연한 현상으로 나타나며 M&A의 위협을 받는다. M&A 확산 추세에 대응해 대기업들이 자사주취득한도를 높여 달라는 것은 이러한 법칙을 부정하며 그동안 누려온 독과점 이익에 대한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총액출자한도와 상호출자제한을 완화한다는 것은 법의 보호 아래서 자신들만은 내면적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계속하며 독과점 영역을 더 확장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전경련의 주장은 그동안 경제력 집중에 따른 국민경제적 피해가 심각했음을 고려할때 더욱 설득력이 없다. 과거 독재시대 정치권력과 재벌기업은 비자금과 특혜를 주고 받는 공생체제를 형성하며 외형 실적위주의 고성장정책을 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기술개발보다는 문어발식 확장에 치중하면서 재무구조가 부실한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대기업들은 WTO체제 출범과 함께 무한경쟁시대가 되자 국제 경쟁력을 잃고 생존능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가 구조적 위기를 맞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재벌기업 중심의 경제운용에 따른 피해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대기업들에게 금융특혜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통화증발이 동원됨으로써 경제가 물가와 투기로 들뜬 거품경제가 되었다. 갖가지 비리가 만연하고 빈익빈 부익부의 소득격차 현상이 심화됐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 부의 부당한 세습이다. 최근 대다수 재벌기업들은 소유권 상속을 통해 2세 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부의 세대간 이전을 떠나 경제력 집중에 의한 국민희생의 세습이라는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최근 우리 경제는 국제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경제구조개혁이 시급한 상황이다. 여기서 물론 전제조건으로 필요한 것이 집중된 경제력의 분산과 창의적인 산업구조이다. 이렇게 볼때 경영이 부실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가 M&A에 의해 분리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M&A 확산에 따라 불안감을 겪는 기업들은 건실한 중소기업 내지는 중견기업들이다. 대기업들이 이들 기업들을 사냥대상으로 하여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 현대의 국민투자신탁 인수 시도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렇게 볼때 오히려 경영권 안정을 위해 자사주취득한도를 높여야 할 기업들은 중소 및 중견기업들이다. 차제에 정부는 자사주 취득한도를 대기업에 대해서는 현행 수준에서 더 낮추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에 대해서는 보다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재벌그룹의 총액출자한도와 상호출자제한을 더욱 강화해 경제력 집중의 심화를 막아야 한다.
최근 30대 재벌그룹들의 위장계열사가 73개나 적발돼 음성적인 문어발식 확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계열기업간의 상호출자나 채무보증은 가공된 자본이자 문어발식 확장을 꾀하기 위한 편법금융수단으로 공정거래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은 중소기업들에 비해 주식이나 채권발행이 용이하고 은행대출도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법금융수단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경제 발전은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독과점이익만 확대하겠다는 불건전한 의도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약력
▲ 49년 경기생
▲ 서울대 금속공학과
▲ 한국선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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