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세계 최대 규모의 파라자일렌(PX) 생산시설을 만들기로 한 데는 무엇보다 "수익성 높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허동수(사진) 회장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존 정유사업 위주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의 석유화학 부문을 앞세워 '제2의 성공신화'를 창조하겠다는 것이 허 회장의 포석인 셈이다.
전세계 에너지업계에서 일명 '미스터 오일'로 통하는 허 회장은 석유화학사업이야말로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고부가가치 사업이라는 인식 아래 주요 생산시설의 신ㆍ증설을 직접 진두지휘 해오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1988년 연산 12만톤 규모의 폴리프로필렌 공장을 시작으로 석유화학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왔다. 이를 통해 현재 GS칼텍스는 연산 135만톤의 PX 공장을 포함해 총 280만톤에 달하는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선제적인 투자 덕분에 석유화학사업은 GS칼텍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GS칼텍스가 벌어들인 매출 47조9,463억원 가운데 석유화학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했지만 전체 영업이익 2조200억원에서의 비중은 무려 38.4%에 달했다. 결국 매출 기여도는 정유사업이 높지만 실제 수익의 상당 부분은 석유화학사업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GS칼텍스가 대규모 PX 공장 증설에 나서는 것 역시 고부가가치 PX 사업에 대한 허 회장의 확고한 자신감 때문이다. 합성섬유와 페트병 등의 기초원료가 되는 PX는 최근 면화가격의 지속적인 강세에 힘입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중국 합성섬유업체들이 대규모 증설을 앞두고 있는 만큼 원료인 PX 수요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2010년 7월 1톤당 847달러에 불과하던 PX 가격은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 여파로 사상 최고 수준인 1,700달러를 기록한 뒤 1년 넘게 1,500달러 안팎의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앞다퉈 PX 증설에 나서고 있다. S-OIL은 지난해 총 1조3,000억원을 투자한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으며 PX 생산능력을 연간 74만톤에서 170만톤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삼성토탈은 오는 2014년까지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대산공장 내 PX 공장을 연산 60만톤에서 160만톤 규모로 확장하기로 했다. 이밖에 SK종합화학도 기존 연간 75만톤의 PX 생산능력을 2014년 150만톤 규모까지 대폭 늘릴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 기업들이 PX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음에도 향후 2~3년간 수요량이 공급물량을 압도할 것"이라며 "특히 중국 내 합성섬유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아시아의 PX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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