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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27ㆍ포항)이 마침내 골 침묵을 깨뜨리며 한국 축구의 17년 묵은 ‘LA 무승 징크스’ 탈출에 앞장을 섰다. 이동국은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부 카슨 홈디포센터에서 열린 지난해 미국프로축구 챔피언 LA 갤럭시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22분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려 아드보카트호의 3대0 완승을 이끌었다. 상대 골 지역 중앙 바깥쪽에서 이천수의 절묘한 힐 패스를 받은 이동국은 지능적인 모션으로 방향을 바꿔 수비수를 따돌린 뒤 빨랫줄 같은 왼발 중거리 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해 11월16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에서 쐐기골을 뽑아낸 뒤 무려 85일 만의 골이자 지난달 15일 시작한 해외 전지훈련 6경기(미국전 제외)에서의 첫 득점포. 치열한 주전 경쟁 속에 초조해 하기도 했던 이동국은 이날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이후로도 후반 31분 교체될 때까지 킬러 감각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아직 박지성ㆍ차두리ㆍ안정환ㆍ설기현 등 유럽파와의 경쟁이 남아 있지만 아드보카트호의 해결사로 자리잡기 위한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 큰 위안이었다. 이날 한국은 이동국의 골을 신호탄으로 김두현(성남), 이천수(울산)의 화끈한 골잔치를 벌이며 17년간 지긋지긋하게 이어져온 LA 공식경기 무승(13전 8무5패) 터널에서 벗어났다. 한국이 LA에서 미국을 꺾은 것은 지난 89년 말보로컵 3ㆍ4위전에서 승리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 5일 미국과 비공개 평가전(2대1 승)은 공식경기가 아니어서 대표팀의 역대 LA 전적은 3승10무9패가 됐다. 아드보카트호의 이번 해외 전훈 중간성적은 3승1무2패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날 박주영ㆍ이동국ㆍ이천수를 3톱으로 세운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와 4백 수비라인을 다시 가동했다. 4백 라인은 김동진ㆍ김진규ㆍ최진철ㆍ조원희가 맡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3백과 4백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만족감을 표한 뒤 “최종 엔트리 구상은 결정 단계지만 코스타리카, 멕시코와 평가전 중 한 차례 더 테스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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