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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광고모델 사장
입력1999-12-14 00:00:00
수정
1999.12.14 00:00:00
저녁식사를 함께 한 모 화장품회사 사장은 그날따라 시무룩했다. 낙천적이고 평소 농담도 잘하는 사람인데 무언가 언짢은 일이 있었던 듯싶었다. 술잔이 오가며 차츰 밝혀진 사연은 자기회사 광고모델인 어느 유명 탤런트가 불미한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인기가 곤두박질했다는 것이다.『모델료를 자그마치 억대로 지불하고 이제 막 광고를 시작한 참이었는데….』
누구를 광고모델로 내세우냐는 것은 광고전략의 핵심포인트 중 하나다. 기업 이미지, 상품의 성격을 고려해 적합한 탤런트를 고르게 되는데 뜻하지 않게 스캔들 같은 것이 터지면 광고는 낭패다.
광고대행 회사에서도 제일 고심하는 것이 모델선정 문제다. 원래 광고모델에 대해서는 저마다 일가견(一家見)이 있어서 말이 많은 법이다. 아직까지는 인기탤런트가 비교적 뒤탈이 적은 편이지만 가능한 한 적은 돈으로 효과가 큰 광고를 하고 싶은 것이 광고주의 생리다. 이런 취향에 관련해 다양한 모델들이 시도되는 양상을 볼 수 있다.
광고내용에 따라 야구· 축구· 골프 등의 인기선수들, 왕년의 영화배우나 가수, 코미디언, 화제에 오르는 의학박사나 작가, 대학교수, 대학총장, 때로는 공직자도 끄집어낸다. 얼마전엔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출연하는 해외홍보광고가 제작되기도 했다. 광고를 살릴 수만 있다면 이제는 누구라도 모델로 등장시키는 시대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이름없는 서민으로부터 저명인사· 성직자· 특수직업인· 외국인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다양한 모델 중에서 최근엔 최고경영자인 사장이 자기회사 광고에 출연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 처음엔 겸면쩍고 쑥스럽고 남의 눈치가 보여 사양하는 경향이었으나 한 사람 두 사람 사장들의 광고출연이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자 요즘은 스스럼없이 나서는 인상이다. 광고에 나와서는 자기회사의 비전과 신뢰성을 스스로 외친다. 자기회사만은 믿어달라는 제스처가 더이상 어눌하지도 어색하지도 않다. 오히려 무대화장까지 한 말쑥한 차림에 세련된 연기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는 경쟁이다.
옛날에 「술상무」라는 말이 있었다. 접대 잘해야만 되는 세상이었으니까 접대담당으로 술 잘 마시는 사림이 필요했던 것 같다. 요즘은 자기 PR시대니까 앞으로는 접객업체의 「얼굴마담」처럼 사장을 뽑을 때 TV광고에 잘 먹히는 것이 주요한 후보요건의 하나로 꼽히게 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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