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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가야하는 곳으로 알았던 학교/원종성(로터리)
입력1997-10-20 00:00:00
수정
1997.10.20 00:00:00
원종성 기자
학교 다니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선생님과 부모님 그리고 나를 아프게 한 회초리였다. 사실 그것이 무서워서 공부를 하고 나쁜 짓을 피했다는 생각도 해본다.저녁이면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하고 내일 준비해 갈 교재를 책가방에 준비해 두어야 잠이 들었고 아침이면 도시락 챙겨서 학교에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학교에 간들 머리를 아프게 하는 책과 회초리와 선생님 뿐이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는 꼭 가야 하는 곳으로 알고 이십리 산골을 걸어 다녔다. 그것이 어찌 나 뿐이겠는가. 이 나라를 이만한 모습으로 일궈온 아버지, 어머니가 그러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부모들이 제 아이의 등교길을 막으면서까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일이 생겨났다.
안타깝고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학교 등교를 거부하는 이유를 따져 보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아무리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학부모가 학생들의 등교를 볼모로 삼는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모두 내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라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설령 이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들 그 아이들의 뇌리 속에 남겨진 부모는 어떤 모습이며, 선생님은 또 어떠한 존재로 남겨지게 될지 걱정스럽다. 특수 목적고에 다니는 학생들은 능력있는 영재들이다. 거기에 맞선 일반고등학교 학생들 또한 서울대를 목적으로 한 영재들이다. 하지만 평범하고 거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다수의 학생과 그 부모들은 작금의 현상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갖게될지 괜시리 안쓰럽다.
평등이란 저울은 만인을 만족시켜주는 저울이 아니다. 우리가 정해놓은 가장 합리적인 원칙 속에서 내가 얹어놓은 욕심에 대한 무게를 조금씩 덜어낼 때 가능한 것이다.
그나저나 학교 등교를 막는 부모와 그것을 망연자실 쳐다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선생님. 그들이 들어야 할 회초리가 온데 간데 없고 세상의 바른 이치를 배워야하는 아이들조차 무엇이 바르고 그른 것인지 분간이 안되니, 아무래도 우리 교육이 심상치 않다.<동양에레베이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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