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최길선 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을 조선·해양·플랜트부문 총괄 회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회사가 위기에 빠지자 삼고초려 끝에 최 회장을 5년 만에 불러들였다. 현대중공업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적임자라고 판단해 최 회장을 다시 찾았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에도 기획담당 전무로 재직하다가 현대종합상사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겼던 김정래 사장을 친정으로 데려왔다. 전기전자·건설장비·그린에너지·엔진사업 총괄 사장으로 앉혀 비조선분야의 수익성 확보는 물론 신사업 전반을 재점검하는 임무를 맡겼다.
범현대가(家)에서는 이런 재기용 사례가 적지 않다. 올해 3월에는 조건식 전 현대아산 사장이 4년 만에 다시 현대아산 대표이사 사장으로 돌아왔고 현대해상은 2010년 경영총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철영 사장을 지난해 2월 대표이사로 재선했다.
올드보이의 컴백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지난해 11월 대규모 리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던 권문식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3개월 만에 원대복귀했고 윤여철 현대차그룹 노무총괄 부회장도 2012년 초 퇴임했다가 지난해 4월 정몽구 회장의 부름을 다시 받았다.
또 한규환 현대로템 부회장이 2008년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가 2012년 현대로템 수장으로,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은 2011년 4월 상근고문에서 물러났다가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재계 관계자는 "고 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현대그룹에서는 한 번 신뢰를 받은 인물은 끝까지 챙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며 "그런 인사 스타일이 그룹이 나눠졌음에도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범현대가 OB들이 친정으로 돌아오는 것과 달리 '삼성맨'들은 동종 업계에서 인기가 높다.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을 끝으로 2009년 1월 현역에서 은퇴했던 황창규 KT 회장은 1월부터 KT에 개혁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SK그룹은 같은 시기 물러났던 임형규 전 삼성전자 신사업팀장(사장)을 올해 초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ICT 기술성장 총괄 부회장으로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플래닛, SK C&C 등을 총괄하고 있다.
이밖에 서충일 ㈜STX 사장, 배순훈 S&T중공업 회장 등도 재계를 떠났다가 현업에 복귀한 케이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