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합융합기구의 대안을 찾기 위해 그간 선진외국을 다 둘러보고 왔는데 딱 이것이 정답이라는 모델은 없었다. 특히 영국에서는 한국이 IT산업은 더 앞서 있는데 우리에게 뭘 더 배울게 있어 왔느냐고해 무안했던 적도 있다” 방송위원회를 담당하는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박찬숙 의원은 방ㆍ통 융합문제 해결을 위해 열렸던 한 좌담회에서 “선진국의 모델을 참조하되 결국 우리식의 모델로 해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말한적이 있다. 그렇다면 ‘방송통신위원회’(가칭)의 우리식 모델은 뭘까.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모델이 급속하게 부상하고 있다. ◇금감위ㆍ원 모델 왜 부상하나=금융감독원은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통폐합해 지난 1999년 1월 2일자로 설립됐다. 통합이전 독자적으로 운영돼왔던 4개 기관 종사자들은 통합감독원 출범에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나 IMF외환위기가 닥치자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무자본 비영리 특수법인 형태의 기구로 강제로 새출발 했다. 금융감독원도 방송과 통신의 융합현상처럼 은행ㆍ증권ㆍ보험간 영역이 무너지는 세계적인 자본시장의 융합현상에 대비해야 된다는 취지로 추진됐으며 당시 영국 ‘금융감독청(FSAㆍFinancial Service Agency)’모델을 따랐다. 14일 기준 1,696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금융감독원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금융기관 평균 이상의 급여수준을 보장 받고 있다. 원장은 공무원 조직인 금융감독위원장을 겸임하며 4인 이내의 부원장과 9인 이내의 부원장보를 둘 수 있도록 돼 있다. 부원장과 부원장보에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가 두루 포진돼 ‘융합영역’의 논쟁을 해소하고 있다. 현행 방송위원회가 연간 약 1,4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방송진흥기금을 방송국의 매출이나 광고금액중 일부분을 떼내는 형태로 자체조달해 재원을 삼는 것처럼 금감원도 정부 예산을 받지 않고 민간 금융기관에게서 감독분담금을 받는 형태로 재원을 조달해 예산의 독립성도 지켜내고 있다. ◇정통부, 문광부 등과 인사교류 통해 전문성 유지 가능=특히 금융감독원의 상위기구로 공무원들로 구성된 금융감독위원회가 보좌조직으로 존재하면서 정책의 전문성을 지켜내고 있다는 점도 금융감독위ㆍ원을 모델로 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통부, 문화관광부 등과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금감위는 9명의 위원으로 운영중이며 위원회 사무처는 74명의 공무원들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 사무처는 비공식적으로 경제부처 수장인 재정경제부와 인사교류를 해오고 있다. 이해선 금감위 혁신행정과장은 “관련 법과 시행령의 제정권은 재경부가 갖고 있지만 금감위는 금융기관 감독권과 인ㆍ허가권은 물론 하위규정인 시행규칙과 지침 등에 대한 제정권한을 통해 폭넓은 정책집행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방송법에 의해 설립돼 있는 현행 방송위원회내 9명의 방송위원들이 금감위원처럼 정무직 공무원 신분인 반면 이 위원회를 보좌하는 300여명의 사무처직원들은 특수 민간인 신분으로 이원화 돼 높은 급여수준과 방송정책의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는 것과 닮은 꼴이다. 전북대학교 김승수 교수는 “현행 300여명 안팎에 불과한 방송위원회 소속 임직원들로서는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금융감독위와 원의 모델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의사를 표시했다. 약간의 변수들만 조합해 잘 짜맞춘다면 새로운 융합모델 도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정통부와 문광부는 현행 재경부처럼 존치하면서 법령제정권 등을 통해 IT산업정책의 큰 밑그림을 이끌게 되고, 인사교류를 통해 신설되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문성을 불어넣는 창구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한 연구위원은 조속한 시일내 방송과 통신융합기구 설립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