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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급 건설브로커 자수 '비리사슬' 드러나나

하도급업체서 수십억 금품수수 혐의…정관계 로비여부 관심

건설브로커로 활동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됐던 W산업개발대표 이모씨가 검찰에 자진출석하면서 건설업계의 관급공사 수주관련비리사슬이 밝혀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씨의 혐의는 구속중인 수자원공사 전 사장 고석구씨와 친분을 이용해 수자원공사 발주공사를 하도급받게 해주는 대가로 하도급업체 2곳으로부터 71억대 금품을받았다는 것. 검찰이 파악한 이씨 범행수법은 대형 건설업체에 접근해 `수자원공사가 발주하는 공사의 원청업체가 되도록 해줄 테니 선정되면 하도급 공사를 특정 기업에게 주겠느냐'고 제의해 수용되면 하도급 공사를 따낸 업체로부터 거액을 받는 방식. 이씨와 같은 건설브로커들이 발주처와 원청 및 하청업체 사이에서 농간을 부리면서 최근 수년간 수자원공사 등이 발주한 관급공사가 특정 건설업체에 집중되는 폐단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2~3개 대형 건설업체와 5~6개 하도급 업체가 공사수주 로비자금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브로커를 통해 공사를 따낸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지만비리사슬의 핵심고리인 이씨가 잠적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이씨가 자수함으로써 그동안 의혹만 난무한 채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발주처-대형 건설업체-하도급업체'간 3각 비리사슬이 베일을 벗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대형 건설업체의 검은 돈이 정치권 등으로 건네졌다는 소문이 그동안 난무했던 점에 비춰 비리의 실체가 드러나면 사회적으로 적지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현재 명확한 단서가 확보되지는 않았지만 이씨가 건설업계에서 `막후 제왕'으로 활약한 데는 정치권인사가 도움을 줬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 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씨가 관계,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한 정황에 비춰 이씨가 업체로부터 받은 수십억대 금품이 정ㆍ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한편 검찰에 체포됐다 선행사실 때문에 풀려났다가 나중에 다시 체포돼 영장이청구됐으나 기각된 뒤 수사망을 피해 잠적한 이씨의 별난 행적이 눈길을 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고씨에 대해 수사를 벌일 당시 이씨가 고씨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해 이씨를 별건 횡령혐의로 체포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애초 이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려했으나 뇌물공여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데다 압수수색 때 이씨가 독거노인, 장애인 등을 위해 거액을 도운 사실이 드러나자 불구속수사 쪽으로 수사방침을 선회했다. 그 때 이씨는 언론에 대서특필돼 일약 피의자에서 미담의 주인공으로 변모했지만 그 기쁨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지난해 12월 고씨 속행공판에서 핵심 증인 2명이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돌연 뒤집은 것을 계기로 검찰이 수자원공사 관련 사건에 대해 전면 재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건설브로커로 활동해온 이씨의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올 3월 이씨를 2번째로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영장이 기각되는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씨를 풀어줘야 했다. 보강수사를 거쳐 거듭 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미 이씨는 주변을 정리하고 도주한 뒤였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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