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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터미널

9개월의 기다림, 그 특별한 여정

터미널. 모든 길의 종착지다. 하지만 아무도 그 곳에서 여정을 끝내지는 않는다. 터미널은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이다. 동유럽 크라코지아(?) 출신의 ‘빅토르 나보스키’(톰 행크스). 그에게도 뉴욕 JFK공항 ‘터미널’은 잠시 머무르는 ‘정거장’일 뻔 했다. 그러나 그가 대서양을 건너는 동안 그의 고국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났고 그는 졸지에 ‘유령국가’에서 온 무국적자가 된다. 공항 문턱에서 입국을 거절 당한 나보스키. 돌아갈 조국도 없는 그가 머물 곳은 모든 이의 정거장 ‘터미널’ 뿐이다. 27일 개봉하는 ‘터미널’(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9개월 동안 공항 밖으론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라는 할리우드의 명성 때문에라도 눈길이 가는 작품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호흡을 맞춰본 그들은 이번에도 역시 그들의 강력한 무기인 적당한 웃음과 ‘감동적 휴먼 드라마’를 맛깔 나게 버무렸다. 촌티 흐르던 나보스키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공항에서의 삶에 척척 적응한다. 영어를 배우고 돈 버는 법을 깨닫더니 스튜어디스 아멜리아(케서린 제타 존스)와 로맨스도 키워간다. 공항 관리국 책임자 프랭크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지만 공항 사람들에겐 최고의 인심을 얻으며 그들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린다. 그러나 할리우드라는 선입견 때문일까. 감동의 끝 자락은 다소 찝찝하다. 나보스키의 ‘집’인 공항은 미국 사회가 녹아 든 또 다른 도시. 그 곳에서 ‘문명과 동떨어졌던’ 인간이 사회화돼 간다는 지점에선 미국 특유의 우월감이 드러난다. 그렇게도 힘들게 뉴욕에 가야만 했던 건 재즈 뮤지션의 사인을 받고 싶다던 아버지의 유언 ??문. ‘미국’을 향한 동경어린 시선의 정점 아닌가. 휴먼 드라마라는 ‘당의정’은 여전히 달콤하지만 감동을 가슴 깊이 새기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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