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조세정보 공유, 해외稅탈루 급증에 철퇴

국세청이 조세피난처를 통한 세금 탈루에 대해 일제 조사에 착수한 것은 외환거래자유화를 틈타 자본거래와 무역외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조세피난처가 대규모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세피난처와의 자본거래는 99년 130억달러에서 2001년 160억달러로, 무역외거래는 같은 기간 43억달러에서 74억달러로 각각 늘었다.

국세청은 국제거래의 증가추세에 편승해 조세회피목적으로 실질거래와 관계없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치하고 형식상의 거래를 통해 이자ㆍ배당ㆍ로열티ㆍ주식양도차익 등 자본거래소득을 손쉽게 탈루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OCE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사이에 조세피난처 조사 및 정보교류의 공조가 원활해져 세무조사의 실효성이 높아진 것도 일제 조사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바하마와 버진아일랜드 등 28개 조세피난처가 2005년까지 조세회피제도를 폐지하고 금융정보를 포함한 정보교환에 응할 것을 OCED와 약속하는 등 100% 완벽한 조세피난처가 사라지고 있다고 국세청은 강조했다.

◇주요 탈루 수법

조세피난처에 역외펀드를 설립해 이자소득세ㆍ양도소득세 등을 탈루하는 수법이 가장 대표적이다. 국세청이 탈루 유형으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 모씨는 국내에서 벤처캐피탈 업체를 설립하고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6∼7개의 역외펀드를 세워 운영하면서 국내 관계사의 주식을 취득한 뒤 양도해 150억원의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으나 이에 대한 세금은 내지 않는 등 총135억원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벤처캐피탈은 이들 역외펀드가 외국법인임을 내세워 합법을 가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내국인들이 이들 역외펀드를 국내에서 운영하면서 탈세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하고 있다.

국내 대출자금을 외자유치로 가장하는 이른 바 `검은머리 외국인투자`도 조세피난처를 거치는 수법이다. 또 따른 창업투자회사는 모 종합금융사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은폐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허가도 받지 않고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역외펀드를 설립한 뒤 외자를 유치한 것으로 가장해 불법적인 자금거래와 세금 탈루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차입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도 계열사의 자금지원이 필요하자 이를 은닉하기 위해 또 다른 역외펀드를 설립한 뒤 이들 펀드가 발행한 채권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했다.

국세청은 이밖에 ▲조세피난처에 특허권 등을 위장 등록시키고 이를 경유해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하면서 로열티에 대한 과세를 회피하거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인수한 국내 부실기업 주식을 단기간에 되팔아 주식양도세를 탈루하거나 ▲외자유치를 가장해 주가조작하는 등의 사례가 드러나 정밀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세피난처 이용하다간 상대방 세금까지 부담

국내기업은 해외거래선이 조세회피목적으로 조세피난처를 이용하자는 제의에 쉽게 응하지만 자칫하면 해외거래선이 부담해야 할 세금까지 떠 안아야 할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망된다.

한상률 국제조세담당관은 “조세피난처를 경유하는 거래는 세금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우리기업이 관련세금을 모두 부담하는 조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외국정부와 공조를 통해 조세피난처 경유거래의 실체가 확인되면 우리기업이 외국 자본가의 세금을 떠 안게 된다”고 말했다. 또 조세피난처를 거친 외국인투자자금은 한국 및 상대국 세무당국으로부터 우선적인 관찰대상이 된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권구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