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인 김모(53)씨는 지난해 말 사모로 설정한 '지주회사펀드' 성과를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시중금리 플러스 알파 정도만 기대하고 투자했던 펀드가 6개월 만에 두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신이 거래하는 증권사에서 저평가된 지주사 및 지주사 전환을 앞둔 준지주사에 투자하는 사모상품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추가 투자로 마음을 굳혔다.
슈퍼리치들이 지주사 및 준지주사 매력에 푹 빠졌다. 삼성 지배구조 이슈 이후 기업들의 지배구조 변화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로부터 저평가된 지주사 및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는 준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상품을 설정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수십억원이 넘는 뭉칫돈을 지주사펀드에 쏟아붓는 등 슈퍼리치 사이에서 지주사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지주사 관련 사모펀드들의 수익률은 최근 들어 상승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주회사에 투자하는 상품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상품은 '하이베스트지주회사목표전환형사모증권투자신탁 1[주식]'으로 6개월 수익률은 11.95%, 1년 수익률은 24.37%를 기록했다. 하이자산운용 관계자는 "하이베스트지주회사목표전환형사모증권투자신탁 1[주식]의 경우 지주회사 또는 준지주회사와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면서 "(준)지주회사 위주로 운용하고 월별 또는 분기별로 편입비중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하이지주회사포커스목표전환형사모증권투자신탁 1[주식]'과 '유진신지주회사플러스사모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 등 지주회사 관련 사모펀드들의 1년 수익률이 20%대에서 10% 후반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들 사모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삼성과 현대자동차·LG 등은 물론 하림·노루·대상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가치주 성격의 준지주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모 상장사 대표는 얼마 전 지주사 관련상품에 30억원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등 슈퍼리치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품의 설정액은 100억~200억원대로 2인 이상 49인 이하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규모"라고 귀띔했다. 현재 시장에는 하이와 유진 등 일부 증권사만 지주사 펀드를 운용하지만 고객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신영 등 다른 증권사들도 이러한 상품을 곧 출시하거나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사펀드의 인기는 최근 투자시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요소들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주사펀드에는 현재 투자시장의 대세인 배당·가치주·공모주 등 모든 요소가 종합선물세트처럼 골고루 들어 있다. 또 일일이 가치주나 배당 관련 종목을 찾아 주식을 매수하거나 지주사 이슈에서 벗어난 계열기업들이 포함된 그룹주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효율성과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점도 슈퍼리치들의 관심을 모으는 요인이다.
모 증권사 패밀리오피스 관계자는 "코스피 전체 배당보다 지주사들의 배당 규모가 더 크고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그룹 경쟁력 강화 및 사업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높은 점, 비핵심 자회사 매각에 따른 장부가 대비 매각차익 발생 기대 등이 지주사 투자로 얻을 수 있는 메리트"라며 "여기에 비상장 자회사 상장으로 상장차익을 획득하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기업가치가 상승할 수 있어 가치주로서의 매력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지주사펀드의 수익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9개사, 2012년 10개사, 2013년 12개사 등 지주사로 전환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고 지주사 전환에 따른 배당 요구가 거세지는 등 사회적 분위기도 지주사펀드 수익률 고공행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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