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이 크게 늘고 있는 데 이어 주택담보대출이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계대출마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불어난 통화량이 물가불안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4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ㆍ상호저축은행ㆍ신용협동기구 등 예금취급기관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월 말 현재 485조3,066억원으로 3월 말에 비해 4조8,884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5조639억원 증가한 이후 6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에 앞서 1ㆍ4분기 은행권의 제조업체 대출금은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중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월 말 371조910억원으로 한달 만에 3조3,766억원 늘어났다. 이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226조6,369억원으로 3월 대비 2조3,393억원 불어났다. 이 증가폭은 부동산 투자가 극심했던 2006년 12월의 3조1,313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올 들어 1월 8,350억원, 2월 8,344억원, 3월 9,882억원 등 1조원을 밑돌았지만 4월 들어 2조원대로 뛰어오른 것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과 신규 분양 주택의 중도금이나 잔금을 내기 위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사람들이 상호금융 등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도 크게 증가했다.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잔액은 114조2,156억원으로 3월 대비 1조5,117억원 늘어났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5.4%로 2005년 1월(16.3%) 이후 최대치다. 특히 신협ㆍ새마을금고ㆍ상호금융 등 신용협동기구의 대출이 전월 1조2,082억원에서 1조5,355억원 확대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가계대출이 4월 중 2조5,472억원 증가해 전월의 1조7,733억원보다 확대됐고 비수도권도 5,949억원에서 8,294억원으로 커졌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권의 영업 돌파구 마련과 주택 관련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지난해 억눌렸던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가계대출 증가는 물가안정을 지연시키고 통화량 팽창으로 이어져 당국의 금리정책 운용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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