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거래소가 18일 발표한 상장사들의 지난 상반기 실적은 한국경제가 연내 회복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저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유가, 원ㆍ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기업의 채산성이 더욱 악화될 경우 미약하나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내수경기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이 2ㆍ4분기에 바닥을 치고 3ㆍ4분기부터 미약하나마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연내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유가ㆍ원화강세로 직격탄=올 상반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20% 가까이 급감했다. 국제유가의 사상최고가 행진, 원ㆍ달러 환율 인하 등 대외적인 악재에다 내수회복 지연 등이 겹치면서 기업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는 얘기다. 특히 국제유가와 환율 변수는 국내기업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33달러선(두바이유 기준)이었던 유가가 이미 50달러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고 지난 1월 달러당 1,040원선 안팎이던 환율도 1,010원대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실제 대외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제조업 등 비(非)금융 업종의 경우 매출증가율이 1ㆍ4분기 3.76%에서 2ㆍ4분기에는 1.99%로 급둔화됐다. 영업이익률 역시 8.5%에서 7.7%로 떨어졌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가 10% 가량 오르면 무역수지가 40억∼50억달러 정도 악화되고 소비자물가는 0.2~0.3%포인트 상승한다”며 “앞으로도 기업 채산성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내 경기 회복될 수 있나=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대외악재로 연내 경기회복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실적이 2ㆍ4분기에 ‘바닥’을 다진 것으로 보이지만 3ㆍ4분기 이후에도 뚜렷한 개선기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환율하락 등으로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이 이를 상쇄할 만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0%를 웃돌았던 수출증가율은 올 들어 4월 6.6%, 5월 11.1%, 6월 9.6%, 7월 11.4% 등으로 10% 안팎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삼성증권이 자사 분석대상인 122개 종목의 실적을 종합해본 결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2ㆍ4분기 12조528억원에서 3ㆍ4분기 13조4,312억원으로 오른 뒤 4ㆍ4분기에는 13조37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도 자사 분석대상 195개 상장사 대상 실적전망 보고서에서 “3ㆍ4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감소폭이 2.3%로 지난해 동기의 17.7% 감소에 비해 개선되겠지만 여전히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고위임원은 “고유가 등 기업 채산성 악화요인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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