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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 피해 파장] 남해안 어민들 표정
입력2003-09-14 00:00:00
수정
2003.09.14 00:00:00
고광본 기자
“적조때문에 하루도 쉰 적이 없는데 단 한 시간도 안돼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경남 통영 연안 양식어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안긴 태풍 `매미`의 충격으로 복구작업은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실의에 빠져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14일 양식시설이 밀집한 바다목장화 해역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통영시 산양읍 달아공원에서 본 통영연안의 바다는 폐허 그 자체였다. 만지도와 연대도 앞에 반듯하게 위치해 있던 가두리 양식장은 육지쪽으로 한참 밀려와 있었고 연명리 일대 가두리는 흔적도 없었다.
인근 중화리 일대 양식장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자 더욱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중화어촌계 정경림(76)씨는 “어촌계 소속 5ha에 이르는 양식장 80%이상은 파손됐다”
며 “그물이 찢어지는 바람에 물고기는 대부분 유실됐고 있더라도 비늘이 빠지고 지느
러미가 손상돼 곧 폐사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어촌계 회원인 이형우(69)씨는 “생
전에 이렇게 큰 태풍은 처음 봤다“며 “내년 5월에 출하할 참돔 5만여마리를 모두 잃
었다”며 한탄했다.
중화리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연명리 앞바다는 더욱 처참했다. 2001년 적조로 우럭과 참돔 등 300여만마리가 폐사하는 피해를 본 연명어촌계 어민들은 “이번 태풍으로 시설물이 완전히 파괴돼 재기의 희망까지 사라졌다”며 울먹였다.
가두리양식 어민을 조합원으로 하고 있는 해수어류 양식수협은 이번 태풍으로 통영연안에서 가두리 9,600대(1대는 가로ㆍ세로 5m) 가운데 80%인 7,700여대가 파손됐고 양식장에 있던 1억1,000여만마리 가운데 절반은 유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굴과 멍게양식장도 쑥대밭으로 변해 피해가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굴양식장이 밀집한 오비도연안과 용남면 일대는 줄을 지어 있어야 할 양식줄이 수십에서 수백m까지 휩쓸려 엉키는 바람에 수하연에 부착된 굴이 대부분 떨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오비도 앞 남촌마을의 김홍조(63)씨는 “오비도 앞쪽에 있던 가두리양식장이 굴어장을 밀치고 들어와 패각이 모두 탈락했다”며 “다른 지역 어장도 해일이 덮쳐 오는 12월에 채취할 굴을 모두 잃었다”고 말했다. 굴업계에서는 어장 2만8,600여대(1대는 100m양식줄)가운데 50%, 멍게는 8,680대 가운데 60%가 파손된 것으로 보고있다.
통영시 최권이(52)어업생산과장은 “이번 태풍으로 큰 손실을 입은 수산업계가 정상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5년이상이 걸릴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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