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경기 악화의 여파로 컨테이너 선박 해체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자 선박을 놀리는 대신 해체해 고철로 매각하려는 선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9일 프랑스 해운컨설팅업체인 AXS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들어 6월말까지 해체된 컨테이너선은 총 94척, 선복량은 18만4,7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척수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배 가량 증가한 것이며, 선복량 기준으로는 지금까지 가장 많은 컨테이너선이 해체된 지난해의 기록(12만5,000TEU)을 반 년 만에 갈아치우며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일본의 대형 선사인 MOL의 경우 올들어 8척(2만4,000TEU)을 해체했으며 이중에는 선령 20년 미만의 선박도 3척이 포함됐다. 세계 2위 선사인 스위스의 MSC도 10척(1만6,000TEU)을 해체조선소에 보냈다. 세계 4위인 대만 에버그린 역시 1980년대에 건조된 컨테이너선 31척을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재 운영중인 선대의 14%에 해당한다. 해운업계에서는 이 같은 선박 해체 움직임은 시작에 불과하며 연말까지 모두 30만TEU 이상의 선박이 해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그 동안 연간 컨테이너선 해체량 평균인 3만TEU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선박 해체가 급증하는 것은 경기침체로 전세계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선박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호황기에 발주된 선박들이 잇따라 인도되면서 공급 과잉이 심해지자 선사들이 고철 값이라도 벌기 위해 노후 선박 위주로 해체에 나서고 있는 것. AXS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계선(일감 없이 노는 상태) 컨테이너선 숫자는 연초 210척에서 6월22일 현재 517척(124만TEU)으로 146.2% 증가했다. 이는 전체 선복량의 9.7%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선 운임도 크게 하락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HR용선지수)는 지난 1일 현재 345.2포인트로, 연초 대비 25.5% 떨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를 맞아 컨테이너선 수요가 다소 늘어났지만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효과에 불과하다"면서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선사마다 노후선 해체에 나서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돼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기 전까지는 시황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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