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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닻 오른 국민연금 개혁

"더 내고 덜 받자" 국민설득이 과제<br>복지부 '노인연금' 도입 골자 절충안 마련<br>野반응 시큰둥…정치권 '폭탄돌리기' 우려<br>올해안에 타결 안되면 장기표류 가능성 커


3년 넘게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이달 초 보건복지부가 새로운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시 하면서부터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호소하고 있듯 이번 절충안은 기존 정부안과 달리 최초로 기초노령연금제를 도입,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기초연금제에 최대한 근접했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야당의 태도는 시큰둥하지만 분명 협상의 여지가 확대된 만큼 지지부진하던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올 연말 국회에서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2003년부터 정부, 여야 주요 정당이 제출한 개정 법률안만 무려 10개가 넘는다. 과연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절충안이 올 하반기 국회에서 새로운 논의의 기준점이 돼 생산적이고 신속한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새 절충안, 뭘 담았나=이번 절충안의 골자는 명확하게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된다. 바로 ‘(사각지대 해소)’‘’. 절충안은 먼저 65세 이상 노인 증 저소득층 45%에게 매달 8만원의 연금을 국고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기초노령연금제 도입을 담았다. 지금까지 ‘선 재정 안정성, 후 사각지대 해소’ 입장을 취해 왔던 정부가 이번 절충안을 통해 최초로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며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인 셈이다. 더구나 이는 한나라당이 발의한 개혁안의 핵심인 기초연금제 내용을 일부 수용한 것이어서 야당의 협조를 통해 올해 안에 반드시 연금개혁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정부의 ‘협상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한나라당 기초연금제안은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소득대체율 20%에 달하는 연금을 주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실제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은 “(지급 범위인) 45%는 기초연금제를 주장한 한나라당에 명분을 주는 ‘정치적’ 판단이자 전문기관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끌어 낸 수치”라며 “따라서 이번 절충안은 국가가 부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한나라당에)최대한 성의를 표시한 것”이라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흔히 ‘숫자놀음’으로 비유되는 소득비례 연금 부문의 경우 ‘덜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설계된 현행 연금법 때문에 오는 2047년이면 연금 재원이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절충안은 기존 정부안이 제시했던 ‘더 내고(보험료율 15.9%) 덜 받는(급여율 50%)’ 비율을 ‘보험료율 12%~13%, 급여율 40%’로 재조정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인 ‘얼마나 더 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기존 안보다 더 낮은 인상율을 제시한 대신 덜 받는 비율은 더 높인 것이다. 이 같은 숫자 조합이 받아들여질 경우 오는 2070년의 기금 적립률이 정부안보다 3배 정도 높아지고 기금고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폭탄돌리기’식 미루기, 더 이상 안 된다=현행 국민연금법 체제는 ‘’ 한계 때문에 매일 800억원씩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잠재부채가 누적되고 있다. 더구나 현재 100만명 수준인 연금 수혜자는 오는 2008년 323만명으로 급증하게 된다. 개혁의 당위성은 이렇듯 분명하지만 개혁의 실체가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설계도를 전면 수정하는 방식이어서 이를 처리해야 할 국회는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달리 표현하자면, 우리 사회 최대의 ‘국민적’ 과제인 만큼 정치권에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최대의 ‘정치적’ 난제인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3년부터 제출되기 시작한 10여건이 넘는 정부와 야당의 연금 개정안들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아울러 올 연말까지 국민연금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대선과 내후년 총선과 맞물려 연금개혁이 선거전략 등으로 악용돼 장기 표류할 수밖에 없다. 연금개혁을 둘러싼 이 같은 주변 상황은 국민연금 ‘폭탄 돌리기’라는 말이 전혀 과장된 표현이 아님을 실감케 하고 있다. ◇연말 개혁 마무리, 낙관ㆍ비관론 혼재=일단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유 장관이 연금개혁에 승부수를 띄운 건 분명하다. 연금개혁에 부담을 느끼는 야당을 마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 기초노령연금제 도입이라는 유인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가 구상하는 연금개혁의 바람직한 모델은 스웨덴이나 독일 사례다. 스웨덴의 경우 여야가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지난 85년 연금 개혁에 착수, 98년 국회에서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독일은 슈뢰더 총리가 ‘어젠다 2010’을 통해 연금 급여 축소 등의 강력한 개혁을 추진했다. 유 장관 스스로가 앞으로 연금개혁에 관해 ‘카리스마적 리더십’이라는 자기 최면을 걸고 적극적인 행보를 취할 것으로 예견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면한 현실은 여간 녹록지 않다. 일단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한 한나라당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한나라당 기초연금제를 일부 반영한 절충안에 대해 “노인들끼리 싸움만 붙이는 안”이라고 일축했다. 고 의원은 “한 집 걸러 노인들이 매달 8만원을 받는 상황은 노인들 사이에서 엄청난 갈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45%를 선별하는 기준도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도 “절충안의 기초노령연금은 기초보장적 성격이 불충분하다”며 “기초노령연금의 도입을 핑계로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40%로 대폭 축소하는 것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즉, 이번 절충안이 추구하는 노후 안정화ㆍ재정 안정화를 위한 정책의 방향성을 순수히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만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협상의 마지노선과 관련, “65세 이상 전체 노인이 수급 대상인 적용범위를 축소해 상위 20%는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며 “다행히 올 연말 처리를 목표로 협상에 필요한 시간은 충분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장관이 하반기 내내 가열차게 각 당을 방문해 협조를 구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합의에 이르는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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