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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아호」향후항로 어디로…/「5가지 시나리오」로 짚어본다

◎기존체제 유지­정부·금융·임직원 힘뭉쳐 지원하고 계열사도 정리땐 활로찾을 가능성/삼성그룹 입장­인수땐 현대자도 추월 최대메이커 부상가능 21C 그룹사활 인식 포드와 접촉설도/현대그룹 입장­삼성 등 견제위해 백기사 역할 계속 “차시장 1위 고수” 인수도 불사설까지/대우그룹 입장­국내외 판매 안정 아직 느긋한 표정 아시아자에 눈독 현대와 교감 활발/포드사 움직임­김선홍 회장 퇴진땐 경영권 인수한뒤 여건성숙 기다려 삼성 매각 배제못해국내 2위, 세계 17위의 대형 자동차업체인 기아자동차는 어디로 갈 것인가.그룹이 위기에 처하면서 기아자동차를 둘러싼 삼성 현대 LG 대우 등 소위 「빅4」(국내 4대그룹)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처리에 대한 채권단(금융권)의 입장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고, 기아와 같은 소유분산우량기업이 재벌계열로 넘어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이 그룹의 향방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 상황은 아니다. 현재로선 일부에서 설로 제기하고 있는 제3자 일괄매각, 분할매각은 어렵다. 지분에서 확실한 대주주가 없는데다 기아자동차의 덩치가 워낙 커 출자한도를 지키면서 이를 인수할 그룹도 거의 없기 때문. 그렇지만 인수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아의 현체제가 더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채권단이나 정부도 어떤 형태로든 처리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또 한가지 경우는 공개적인 지분매입. 빅4 가운데 어느 한쪽이 본격적인 지분매입에 나선다면 이를 견제하기 위한 다른 그룹들도 뛰어들면서 기아자동차의 향방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빅4가 움직이고 있는 한국의 재계는 갈등과 대립, 물밑교섭 등 사상 유례없는 혼전을 벌일 것이 확실시 된다. 기아자동차를 비롯 이를 둘러싸고 있는 빅4, 합작선으로 최대주주인 포드(마쓰다)를 변수로 놓고 여기서 빚어질 수 있는 변화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편집자 주> ◇기아자동차의 기존체제 유지 가능성=기아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이는 재벌간의 신경전과 경쟁은 20세기말 최대의 재벌전쟁이 될 것이며, 21세기 재벌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재계의 최대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기아의 향방은 크게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현재 노조와 관리직들이 보이고 있는 회생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정부 및 금융권의 지원, 국민정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기존체제를 유지하면서 활로를 찾는 경우다. 현재로선 이 가능성이 가장 크다. 기아자동차가 국내외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 이미지는 흔히 생각하는 것을 훨씬 초과한다. 국가경제에 미칠 파장은 한보에 비해 최소한 10배는 된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자동차산업이 갖는 막대한 영향을 정부나 금융권이 몰랐다면 이는 스스로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며, 알고도 사실상의 부도처리를 했다면 이는 머리가 나쁜 것이다』는 지적은 기아의 향방을 살피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소유분산과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상적인 기업구조로 입을 열때마다 강조해온 정부로서는 기아의 경영체제가 재벌계열로 편입되는 형태로 바뀐다면 더없는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정부의 말을 들으면 망한다』는게 확실해 지면서 정부정책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전계열사를 매각하더라도 기아자동차만은 기존체제를 유지해야할 책임이 있다. 물론 이것이 정부의 힘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전임직원들이 그동안의 갈등과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회생이란 한가지 목표아래 똘똘뭉칠 때 가능하다. 말 그대로 「뼈 깍는 자구노력」이 필요하며, 필요하다면 왠만한 계열사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리는 자세도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약한데다 내부적으로 차제에 다른 그룹에 편입,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갖추는게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경우 기아의 기존체제는 불투명해진다. ◇제3자매각이나 4대그룹 인수가능성=주식이 고루게 분포돼 채권단이 나서서 특정그룹에 기아를 매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기아자동차의 주식분포는 포드·마쓰다 등 외국인지분이 19.48%로 가장 높고, 은행·투신·보험 등 금융권이 18.95%, 임직원 13.7% 등을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이 기아가 자체적으로 더이상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매각을 결정할 경우 외국투자기관, 임직원, 협력회사(지분율 8.79%), 기타 기관투자가(9.35%) 등 움직여야 할 대상이 너무 많다. 더구나 외국지분의 경우 매각시 기아와 우선협의토록 돼 있다. 이는 곧 기아 임직원들이 자생의지를 갖고 있는한 쉽게 제3자 매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최대관심사는 기아에 이래저래 눈독을 들여온 재벌그룹들의 움직임이다. 삼성은 현실적으로 2010년 목표(연산 1백만대) 달성에 있어 최선책이 기아인수다. 그렇지만 현대·대우 등이 강력한 견제를 할 것이기 때문에 쉽게 이루어질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현대와 대우가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백기사」로 보기도 어렵다. 자금지원 동기나 과정등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 재벌의 기본생리는 어느 한쪽이 치고 나오면 기존관계를 한순간에 바꾸는 것. 여기서 기아의 제3자인수 가능성이 제기된다. 돈이 많이 들긴 하겠지만 공개적으로 기아지분을 인수하는 경우다. 삼성, 현대, 대우 등 어느 그룹이 나서든 조건만 좋다면 금융권 등 기관투자가, 소액주주를 비롯 임직원 보유분까지 움직일 수 있다. ◇삼성의 인수가능성=기회만 된다면 기아인수전에 가장 먼저 뛰어들 것이 확실하다. 삼성은 이미 가능성을 절반으로 놓고 그 길을 찾고 있다. 자동차는 삼성의 성역이다. 동시에 그룹의 21세기 운명을 결정할 가장 큰 변수다. 이미 삼성은 자동차를 차세대 수종사업으로 선정해 놓고 있다. 따라서 논리나 정서는 얼마든지 배제될 수 있다. 삼성은 이런 장벽쯤은 얼마든지 넘길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 그들은 자동차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길이라면 지옥이라도 달려갈 것이다. 기아인수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것은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3천억원의 적자를 냈고,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선택한 부산 승용차공장은 2000년까지 4조원의 막대한 돈을 투입해야 한다. 그러고도 연간 생산규모는 24만대며, 더 늘린다해도 최대 50만대다. 그게 끝이다. 삼성은 2010년 1백만대 목표를 뒷받침할 어떤 구상도 현재로선 가진게 없다.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 만족한다면 몰라도 수종사업으로 선정한 이상 이윤을 낸다는 뜻이다. 현재로선 별다른 길이 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기아는 목표달성을 위해 더없이 좋은 먹이감이다. 여기서 한 자동차업체가 삼성이 기아를 인수했을 때 자동차업계의 판도변화에 대한 내부보고서를 보자. 『삼성이 기아를 인수하면 천하제일의 보약을 얻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이 단기간에 대우를 누르고 2위로 도약하고, 장기적으로는 현대마저 제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삼성의 마케팅능력, 기업이미지, 자금동원력, 그룹지원 등과 기아의 공인된 기술력을 합하면 국내 최대업체로 급부상하는 것을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기아가 이 지경이 된데는 삼성과의 갈등이 작용했으며, 현재 미국에 있는 이건희 회장이 포드 경영진과 접촉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런 점에서 기존업체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현대와 대우의 역할과 인수가능성=두 그룹은 현재로선 기아의 백기사다. 현대는 정세영 자동차명예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나서서 기아자동차가 발행한 5백억원 규모의 사모전환사채를 전량 인수했다. 대우도 김우중 회장이 기아자동차 대주주인 기산이 발행한 3백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기아의 문제는 경쟁자를 견제할 호기가 아니라 공동의 적(삼성)을 막기위한 공동의 문제다. UN연합군의 역할이다. 이는 『김회장이 사모사채를 인수하면서 그룹내 자금담당 임원들과 어떤 상의도 없이 대우증권에 직접 지시, 전격적으로 처리했다』는 대우관계자의 설명에서도 확인된다. 즉 투자 등 구체적으로 어떤 목적을 갖고 이루어진 행위가 아니라 김선홍 회장의 요청에 따라 동업자돕기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현대도 마찬가지다. 모업체의 보고서 처럼 삼성이 기아를 인수하면 「단기간에 2위, 장기적으로 1위」에 오를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이것을 막지 않으면 끝장이다는게 두 회사의 심정이다. 따라서 기아주식의 매집은 삼성견제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렇다고 두 그룹의 입장이 같은 것은 아니다. ▲현대그룹=현대가 기아에 대해 갖는 인식은 복합적이다. 우선 숙명적인 라이벌인 삼성에 대한 견제와 함께 정세영 명예회장·정몽구 회장 등 최고경영진의 자동차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현대가 기아를 인수해 현대­기아 두체제로 최고경영진의 자동차사업의지를 모두 충족시키려 한다는 가설까지 등장할 정도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의 기아인수는 무엇보다 삼성을 수렁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는 삼성이 쌍용인수는 완전 중단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기아를 인수하지 않고 생존기반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서 현대는 『만일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이를 인수할 회사는 현대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할 정도다. 기아가 현대를 백기사로만 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여기서 기아와 대우가 경계하는 것은 현대가 반삼성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다.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거대프로젝트에서 양측은 손을 잡거나 상대를 묵인한 경력이 있다. 제2이동통신사업자 경쟁에서 손을 잡았고, 삼성의 승용차사업 참여에서 현대가 보인 태도도 다른 기업과는 달랐다. 삼성이 현대의 제철사업에 보인 태도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대우그룹=기아자동차 인수의 필요성은 거의 없다. 이미 국내 1백만대, 해외 1백50만대 체제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취약부분인 대형상용차와 지프형을 생산하고 있는 아시아는 풀 라인업차원에서 인수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아의 제3자 인수에서 대우의 최대관심사는 어디로 가는게 대우에 유리한 것이냐다. 대우의 한 관계자는 『현대가 기아를 인수할 경우 우리는 「안정적인 2위」를 차지할 수 있다. 삼성이 인수하면 훨씬 더 심한 경쟁을 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삼성이 인수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럴 경우 영원한 3위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우는 기아가 기존체제를 유지하는게 최선책으로 보고 있다. 적극적인 기아지원책도 이런 생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LG그룹=한때 기아을 짝사랑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자동차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현대, 삼성, 대우가 벌이는 치열한 경쟁과 갈등의 틈바구니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선뜻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LG는 기아인수설이 나오자 이를 공식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할매각과 같은 방안이 제시된다면 움직일 가능성은 크다. ◇포드자동차=기아의 최대주주인 포드가 기아경영권을 인수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전혀 없는게 아니다. 기아 관계자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사실 포드가 경영권 행사를 요구할 경우 방어장치가 없다』고 밝혔다. 주총을 거쳐 정부협의가 있어야하고 국민정서상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지만 일부에서는 포드가 기아 경영권을 인수 후 곧바로 삼성에 재매각하는 고도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예를들어 삼성은 부산(롯데)이 연고지인 야구선수 최모씨를 미 프로야구단에서 유학시킨 뒤 영입하는 편법을 사용하는 등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수를 쓸 수 있다. 『정부와 삼성, 그리고 이를 둘러싼 국내 대기업들이 묵인하면 「포드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기아와 포드의 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기아가 생산하는 것을 수입, 판매하는 물량도 줄고 있고, 포드의 대아시아 정책에서 기아의 역할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두회사의 관계에서 김선홍 회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김회장이 퇴진한다면 포드인수 시나리오는 한층 더 무게를 싣게 될 것이다.<박원배·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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