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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아시아.태평양입김 커질까...

유럽과 미국 등 서방 선진국이 장악해 온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헤게모니가 「아시아-태평양권」으로 넘어온다.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31일 오는 4월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탈리아의 레나토 루지에로 WTO 현 사무총장 후임으로 수파차이 파닛차팍 타이 부총리(52)와 마이크 무어 뉴질랜드 전총리(50)간에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이들 중 누가 차기총장으로 선출되던간에 서방 선진국 중심의 WTO 체제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어떤 경우든 WTO 사무총장 자리가 아시아-태평양권으로 넘어오게 된다는 의미다. 세계 경제·무역질서 창출을 주도하며 선·후진국을 총망라하는 국제기구는 WTO를 비롯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3대 조직. 그동안 이들 기구의 책임자는 유럽과 미국 등 서방 선진국 출신이 독점해 왔고, 운영체제도 사실상 서방선진국 중심이었다. 하지만 WTO 차기총장에 아시아-태평양 출신이 오르게 돼 이같은 기존 구도가 깨지게 됐다. WTO의 총장 선출 마감시한은 31일. WTO 집행이사회는 이날 오후 4시 (현지시간) 총회를 열어 이들 2명의 후보 가운데 한명을 차기총장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2명이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다 회원국들의 의견도 반분, 총장 선출이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총장 선출은 투표가 아닌 회원국들의 합의로 이뤄지는데 지난 27일 특별총회에서도 단일후보 선정을 시도하다가 끝내 합의에 실패, 이번 총회로 총장 선출을 연기했었다. 현재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는 수파차이를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남미국가는 무어를 밀고있다. 유럽의 일부 국가가 수파차이를 지지를 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유럽연합(EU)은 아직까지 지지자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 가운데 누가 차기 총장으로 선출되든 선진국 중심의 세계 무역협상에서 소수국가의 불만을 해소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자유무역 정착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호주의가 재연되고 통상마찰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입장을 적극 대변할 가능성이 크다. 수파차이와 무어는 출생 배경이 전혀 다르지만 자유무역 신봉자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무어는 대학교육을 받지않은 노동자 출신. 화가와 노동조합 연구원 등으로 일하다지난 72년 뉴질랜드 최연소 국회의원(노동당)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다. 지난 84년 노동당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통상장관에 취임, 뉴질랜드·호주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90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보수당에 정권을 내주기 전까지 2개월 가량 부총리 역할을 맡아 규제완화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수파차이는 무어와 달리 부유한 가정 출신이다. 그는 타이 은행 장학금으로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 대학에서 경제개발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수파차이는 타이군인은행 총재 등을 역임하며 금융인으로 활동하다 지난 80년대 정치권으로 진출했다. 스스로 확고한 자유무역 옹호자라고 밝히고 있는 수파차이는 『아시아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무역을 증진시켜야 한다』며 『사무총장에 선출되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무역격차를 줄이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용택 기자 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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