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에 개인수표시대 열렸다
입력2003-01-15 00:00:00
수정
2003.01.15 00:00:00
중국에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수표가 첫 선을 보였습니다. 이 수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지만 개인이 수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세인의 주목을 받을 만 합니다. 무엇보다 `현금 박치기`를 좋아하고 위조지폐가 많은 현실을 감안할 경우 개인 수표가 나왔다는 것은 매우 혁명적인 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수표 등장의 의미, 파급효과 등을 알아봅니다.
2002년 12월 18일은 아마도 중국 경제계에 의미 있는 날로 기록될 듯 합니다. 이날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개인이 수표를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중국에서 통용되어 온 수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로 치면 당좌수표와 같은 것이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습니다. 오랫동안 거래를 통해 신용이 쌓인 기업끼리 당좌수표를 주고 받은 것이지요. 그러나 이 수표는 환전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인정하기 때문에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고 합니다. 수표를 발행하는 사람도 앉아서 손해를 보니 아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발행을 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개인은 물론 기업간 거래에 있어서 `현금`은 절대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던 것입니다. 이곳 사람들이 현금 거래를 선호하다 보니 생활에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제가 겪은 불편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이곳에 도착해 가장 놀란 것 가운데 하나는 은행에서 현금을 찾고 예금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는 점입니다. 은행에 가 줄을 잘못 서면 30분정도를 기다리는 것은 다반사였으니 말입니다. 이 이유는 얼만 안 돼 알 수 있었습니다. 이미 첫번째 전한 글에서 언급했듯 이곳 화폐의 가장 큰 단위는 100위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돈다발이 생기면 은행에 맡길 수 밖에 없고, 그러니 은행이 붐빌 수 밖에 없지요. 위조화폐가 많다는 것도 은행 일을 더디게 만듭니다. 상점에서 50위안 이상만 내도 위조 여부를 확인할 정도니 은행은 더 엄격할 수 밖에 없지요. 보통 고객이 돈을 맡길 경우 은행원은 지폐계수기로 돈을 센 뒤 한 장 한 장 위조 감별기로 확인하는 작업을 벌입니다. 그것도 우리 은행원처럼 빠른 속도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성격만큼이나 아주 느긋하게 말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만약 어떤 고객이 1만원 뭉치 몇 개만 꺼내도 은행원이 이를 처리하려면 족히 20~30여분 걸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수표가 없어 답답한 것은 은행뿐만이 아닙니다. 저의 경우 아직 까진 고액 거래가 없었지만 매달 한번씩은 홍역을 치릅니다. 월세를 내는 날이 그날 이지요. 성미가 급한 것도 있지만 자동입출금기에 익숙해 진 제가 은행에 가서 기다리는 것도 싫은데 은행에서 뭉칫돈을 찾아 주머니에 넣고 와야 하니 얼마나 번거롭겠습니까.
그래도 저 같은 사례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만약 최근 나온 소나타 한대를 사려 한다면 1만위안 뭉치 20~30개를 들고 가야 하고, 웬만한 집을 하나 사려면 100개 이상을 가지고 가야 하니까요. 말이 그렇지 1만위안 짜리 100여개를 가지고 이동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이겠습니까. 그 것도 가까운 곳이 아닌 먼 곳까지 이동해야 한다면 얼마나 불안하고 보안에 충실해야 하겠습니까. 007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실제로 행해 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 같은 상황에서 개인수표가 사상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수표 몇 장으로 돈 운반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그 것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대목은 중국의 신용경제를 한 발 앞당기는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물론 이번에 나온 개인수표는 우리가 알고있는 수표와는 상당부분 다릅니다. 발행처와 사용처, 사용자 등을 극히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나온 수표는 북경시상업은행과 초상은행 두 곳에서만 발행하게 했고, 사용대상은 월 5,000위안 이상의 봉급을 받고 1만위안 이상의 예금잔고와 한번도 연체가 없는 우수고객으로, 사용처도 일부 백화점으로 한정한 것이 바로 그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직은 우리가 사용하는 백화점 상품권이나 선불카드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수표에 대한 중국민들, 특히 유통업계가 거는 기대는 상당히 큽니다. 신뢰할 만하고 돈 많은 고객이 큰 돈을 간편하게 지니고 다니게 되면 그만큼 씀씀이가 커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지요. 이에 더해 수표 사용이 늘다 보면 사용대상도 당연히 확대될 것이고, 이는 상품권 범주에서 벗어나 개인간 거래로 까지 조만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한 켠에서는 100위안 짜리 지폐도 가짜가 많은 상황을 미루어 보면 `가짜수표`가 곧 나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우려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단지 이번에 나온 개인수표가 신용사회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 이고, `시작이 반`이라는데 의미를 맞춘다면 중국이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고진갑기자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