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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개혁 새로운 시작] "중단없는 개혁" 민영화 고삐 죈다
입력2002-12-15 00:00:00
수정
2002.12.15 00:00:00
공기업 개혁 '절반의 성공'불구조흥銀·한전매각등 난제도 많아
민영화 차질땐 국가신인도 타격
'개혁마무리' 새정부 최대 과제로
'진도율 83%, 그러나 성공이라고 확언하기 어려운 미완의 개혁'.
국민의 정부가 4년 이상을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공기업 개혁에 대한 총체적 평가다. 정부가 공기업 개혁에 본격적으로 손대고 나선 것은 지난 98월 7월. 모두 24개의 공기업중 포항제철, 한국통신 등 기업성이 강한 11개 공기업을 민간에 넘긴다는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4년반의 시간이 지나 새로운 정권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공기업 민영화는 일단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미진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지만 실적이 말해준다. 민영화 대상이던 11개중 포항제철과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한통, 담배인삼 공사 등 8개 공기업의 민영화가 완료됐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3개 공기업의 민영화만 남은 상태다.
외형만 본다면 한국의 공기업 개혁은 적어도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특히 이전까지 본격적인 공기업 개혁이 거의 없었으며 최초로 시도된 계획적인 대규모 개혁이라는 점에서 평가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최종 평가는 여전히 유보적이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민완의 과제가 공기업 개혁 전체이 성패를 판가름할 정도로 더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정권 말기를 맞아 정책집행의 추진력이 떨어지는 반면 이해당사자와 지역이기주의가 끼어 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더욱 불투명한 상황이다.
개혁의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어떻게 치료하고 봉합하는가의 문제도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마무리 못한 과제는 몽땅 새 정부가 이어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모 정부투자기관이 그동안 직영으로 운영해온 간부식당을 외부업체에 맡겼다. 외주업체가 만들어주는 식사의 내용은 이전과 엇비슷했다. 식대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식당 내부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운영권을 인수하면서 기존에 촉탁 신분이던 직원까지 인수한 외주업체는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그리고 다음달에는 급여마저 절반 수준으로 깎았다. 직원들은 반발했지만 '싫으면 나가라'는 말에 기가 꺾이고 말았다.
단순하게 산술적으로 생각해보자. 이 식당의 인건비 부문의 생산성은 400% 증가했다.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남은 인력의 인건비도 감액한 결과다. 방만하게 운영된 식당이 변하게 된 사례는 민영화의 위력을 극명하게 말해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식단이 질이 서서히 떨어졌다. 사옥의 꼭대기층에 위치해 전망좋은 구내식당을 즐겨 찾던 간부들은 발길을 돌렸다. 다급해진 식당 측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솜씨있는 요리사를 채용하려 했지만 구할 수 없었다.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걷히고 경기가 살아나면서 취업의 기회를 갖게 된 직원들도 하나 둘 떠났다.
무엇이 잘못이었을까. 분명히 초기에는 인력부문에서만 생산성이 400%나 높아졌었는데..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너무 급하게 체질을 바꾸려 했던 것. 이전의 식당 운영시스템이 방만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무리하게 인력과 인건비를 조정하는 후유증이 곪아 터진 셈이다.
새 정부가 해야 할 공기업 개혁의 방향은 이 식당의 사례에서 읽을 수 있다. 며칠 남지 않은 국민의 정부는 처음에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직원도 떠나고 맛도 떨어진 식당의 처지와 비슷하다.
새 정부가 맞게 될 공기업 개혁은 크게 2가지로 예상된다. 우선 국민의 정부가 못다 한 개혁의 마무리가 남아 있다. 두번째는 외환위기 극복과 공적자금 투입과정에서 사실상 정부 소유가 된 은행을 민간은행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미해결로 넘어올 사안은 3건. 한국전력의 분할 매각과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의 민영화가 남아 있다. 해를 넘기게 생긴 파워콤, 한국전력기술 등 12개 공기업 자회사 정리도 떠 안아야 할 숙제다. 여기에 공기업 개혁 대상은 아니지만 철도 민영화와 주택공사ㆍ토지공사 통합이라는 난제도 대기중이다.
보다 골치 아픈 사안은 은행 민영화. 조흥은행 매각이 과연 연내에 성사될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공적자금을 받은 우리금융과 정부의 수출입은행을 통해 우회출자한 외환은행 등이 민영화 대상이다.
그러나 대선을 의식해 조흥은행의 조기 매각에 반대한 전력이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은행민영화를 소신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일 조흥은행 민영화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민영화도 연달아 타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민영화는 특히 국제적 신인도에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 최대의 현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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