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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잃은 주가 500마저 무너지다니"
입력2001-04-04 00:00:00
수정
2001.04.04 00:00:00
시퍼런 전광판 보며 "원금 절반만이라도‥""바다 건너 미국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젠 욕심도 없고 그저 투자한 원금의 절반이라도 지키기만 바랄 뿐 입니다."
4일 나스닥 폭락과 국내의 경기침체 등으로 주가 500포인트가 힘없이 무너지자 증권사 객장은 '팔자' '사자'의 생동감은 간데없고 몇몇 투자자만이 자리를 지키고 파란색으로 물든 전광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오전 한때 연기금 6조원를 연내에 조기투입 한다는 정부의 증시부양책이 나오자 투자자들은 잠시 '실낱 같은 희망'을 보였으나 주가가 끝내 500선을 회복하지 못하자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날 서울시내 을지로의 S증권사 객장은 평소보다 오히려 한산한 분위기였다. 아침 일찍 객장을 찾은 일부 투자자들은 곤두박질치는 주가를 바라보다 증권사측에 몇마디 항의를 하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은행금리 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99년초 퇴직금 1억여원을 투자 했다는 50대 후반의 한 투자자는 "설마 500선까지 무너질 줄은 몰랐다"면서 "원금의 절반만 찾으면 장을 떠나려고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 증권사 투자상담사 이모 과장은 "아침부터 일정시점에 매도를 부탁하는 고객들의 전화가 많았다"며 "최근 주식시장의 연이은 침체에 따라 객장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이 줄었는데 오늘은 더욱 한산하다"며 객장 분위기를 전했다.
다소 한산했던 객장은 점심시간이 되자 인근 직장인 투자자들이 밀려오면서 다소 북적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8월부터 3,000만원을 투자해 현재 통장에 1,000만원밖에 남지 않았다는 직장인 강모(34)씨는 "오전 내내 떨어지는 주가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객장에 와도 뾰족한 수는 없지만 답답한 마음이 조금 풀릴까 해서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또 회사원 이모(41)씨는 "나스닥도 이젠 떨어질 만큼 떨어져 반등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따라서 국내증시도 480선을 전후해 반등하지 않겠냐"고 나름대로 증시상황을 분석해 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인터넷 증권정보정보 사이트에도 허탈한 '개미'들의 하소연과 불만들이 줄을 이었다.
증권사이트 팍스넷(www.paxnet.co.kr)에는 자신의 아이디를 '10JQK'라고 밝힌 한 투자자는 나스닥 붕괴에 따른 코스닥 폭락을 두고 "나스닥은 8년간이나 호황을 누렸다지만 코스닥은 고작 1년 반짝하고 곤두박질치느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또 아이디가 '오소독스'인 투자자는 "치솟는 환율, 혼란스런 국제환경 등이 마치 97년말 환란전야를 보는 것 같다"며 "그런 악몽은 한번으로 그쳐야 하는데 또 다시 찾아올까 겁난다"고 걱정했다.
한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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