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오랜만에 큰 폭으로 오르며 단기 바닥권 도달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28일 증시에서는 이달 들어 낙폭이 컸던 조선주를 비롯해 ITㆍ자동차 등 대형주들이 기관의 저가매수세에 힘입어 단숨에 무더기로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추가 금리인하 움직임 등으로 불안심리가 진정되면서 코스피지수가 900대에서 단기 바닥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지수가 하루 동안 100포인트 넘게 출렁거리고 외국인의 매도세도 좀처럼 줄지 않아 연기금의 ‘나홀로 매수’에 따른 반등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기금 매수로 1,000선 육박=이날 코스피지수가 전날에 비해 52.71포인트(5.57%) 폭등하며 999.16포인트로 장을 마친 데는 연기금의 매수세가 결정적이었다. 연기금은 1,000선이 무너졌던 최근 3거래일에만도 무려 1조원어치의 순매수 속에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식 쓸어 담기’에 나섰다. 연기금은 지난 27일에도 장 막판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며 지수를 강보합으로 돌려놓았다. 이날 역시 기관은 연기금의 순매수에 힘입어 개인과 외국인이 순매도에 나섰지만 3,14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날 한국은행의 대폭적인 금리인하와 함께 정부의 은행채 매입 계획 등 잇따른 대책이 공포심리를 진정시켰고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인하 기대감도 호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정부의 금융위기 해결에 대한 기대감도 이날 기술적 반등을 가능하게 한 요소로 꼽혔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각국 정부가 잇따라 위기 타개책을 내놓으면서 공포로 점철됐던 불안심리가 개선되며 기술적 반등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공포심리 진정…단기 바닥권 기대감=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폭등세가 일단 증시에 팽배해 있던 공포심리를 다소나마 줄였다는 데 의미를 뒀다. 실제 투자심리 개선은 이달 들어서만도 50% 이상 폭락했지만 좀처럼 낙폭과대에 따른 매수세가 없었던 조선ㆍ철강주들이 무더기로 상한가를 기록한 점에서 엿보였다. 또 환율 급등에 따른 수혜에도 둔감하기만 했던 자동차와 IT주들 역시 이날 일시에 폭등, 꽁꽁 얼어붙었던 심리가 다소나마 살아났다. 따라서 지난주 ‘날개 없는 추락’을 지속할 것 같던 증시가 900대를 바닥권으로 형성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코스피지수는 지난주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깊은 급락으로 지난해 고점 대비 60%가량 하향 조정됐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IMF 외환위기 수준인 0.7배 정도로 하락했다. 추가적인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지난주와 같은 급격한 폭락세 가능성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곽병열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코스피지수의 낙폭이 워낙 컸었고 한은의 금리인하와 앞으로 2차 글로벌 금리인하 공조를 예상할 때 증시는 단기 바닥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홍성기 국민연금공단 운용전략실장도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코스피지수가 떨어질수록 더 많이 살 것”이라고 밝혀 단기 저점에 대한 지수방어 가능성을 내비쳤다. ◇급변동성, 연기금‘나홀로 매수’는 한계=이날 폭등세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하루 동안에만 무려 100포인트 넘게 움직이는 급변동성을 연출했다. 전날 미국증시의 급락 여파로 장 초반 902포인트까지 밀린 후 한때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가 다시 900대로 밀리는 등 오르내림이 심했다. 일중 변동성과 함께 돌발악재가 튀어나오면 언제든지 폭락세로 돌변할 수 있는 일별 변동성이 높은 점도 기술적 반등의 지속성을 어렵게 만드는 점으로 지적됐다. 김주형 동양종합금융증권 투자전략팀장은 “900선을 중심으로 단기 저점에 대한 공감대는 나오고 있지만 변동성이 너무 커 쉽사리 전략을 세우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외국인 매도세가 여전해 연기금 매수만으로는 반등의 지속성에 무게를 두기 힘든 것으로 꼽힌다. 외국인은 전날 3,100억원어치에 이어 이날도 2,8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증권가에서는 연기금의 연내 주식매집 자금이 1조원가량 남아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수급의 단비가 될 수는 있지만 홀로 주가를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외환시장 안정과 건설 및 은행 부문에 대한 추가 조치로 스마트머니를 증시에 유인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