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유동성이 5년여 만에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경기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기업 및 가계 대출이 늘어난 탓이다. 넘쳐 나는 돈은 자칫 물가불안을 부추길 수 있어 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이 더욱 어렵게 됐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2년 미만의 정기 예ㆍ적금 등을 포함한 광의통화(M2)는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한 1,324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증가율 13.4%에 비해 0.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2002년 12월(14.1%) 이후 최고치다. 2년 이상의 정기 예ㆍ적금 등을 포함한 금융기관유동성(Lf)도 전달의 11.6%에서 3월 11.9%로 증가폭이 커지면서 2003년 2월(1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체 광의유동성(L) 증가율은 12.9%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둔화됐으나 여전히 높은 편이다. 시중 통화량이 계속 늘고 있는 이유는 금융기관의 장ㆍ단기 수신이 크게 증가한데다 기업과 가계 부문의 대출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만기 2년 미만의 정기 예ㆍ적금은 전달 8조3,000억원에 이어 3월에도 5조2,000억원 증가했고 2년 미만의 금전신탁은 2조2,000억원 감소에서 3조3,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금융채나 수익증권 등 2년 이상의 장기 금융상품은 전월에 5조원 감소했으나 3월에는 7조7,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주식형 수익증권 등 기타수익증권도 전월 1조7,000억원 증가에서 3조7,000억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특히 기업 및 가계 부문의 대출은 2월 11조9,000억원에서 3월에는 33조4,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통화량 상승세를 견인했다. 다만 정부나 기업들이 여유자금을 운용하면서 전달 8조6,000억원 늘었던 머니마켓펀드(MMF)는 3월 중 자금이 대거 인출되면서 5조4,000억원 감소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늘어난 수신자금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서면서 시중 유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한은은 은행들의 민간 대출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당분간 이 같은 통화량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은 4월 M2 및 Lf 증가율을 3월보다 높은 14% 중반과 12% 초반으로 각각 추정했다. 이는 1999년 6월(16.1%) 이후 최고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