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난해 직격탄을 맞았던 유통 업계도 설 대목을 맞아 잔뜩 기대감을 표출하는 분위기다. 백화점의 매출은 예년보다 다소 나아졌고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으로 타격을 받았지만 이번주 들어 점차 고객의 발길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11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0일까지 설 선물세트 본판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 늘었다. 품목별로는 축산과 수산이 각각 2.6%, 16.8% 증가했고 건강기능식품은 23.8% 껑충 뛰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10.1% 늘어나 우려했던 것보다는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설이 밸런타인데이와 겹치면서 예상보다 매출이 초반에 집중됐다는 분석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를 진행한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28%에 달했지만 본판매를 시작한 1월26일에는 18%로 줄었다. 이달 들어서도 매출은 계속 감소해 10일까지 누적 신장률은 13.1%에 그쳤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예약판매를 시작할 때는 법인 물량이 초기에 몰려 일시적으로 매출이 상승했다"며 "밸런타인데이 특수가 설 특수에 희석되면서 최종 매출 신장률은 10%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수준으로 가격을 동결하며 승부수를 띄운 대형마트는 여전히 역신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규제로 신규 출점이 막히고 의무휴업까지 겹치면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10일까지 설 선물세트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었다. 전국 대다수 점포가 8일 의무휴업을 실시해 매출 감소폭은 더 컸다. 롯데마트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 감소했다. 3만~5만원대의 실속형 선물세트를 구입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설을 일주일여 앞두고 이번주부터 선물 구매가 늘고 있어 업체마다 기대감이 피어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다행스럽게도 며칠 전부터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주 말께부터 설 직전까지가 피크여서 설 행사 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전통시장도 설 대목을 맞아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지만 설 특수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이번주 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과일과 생선은 예년보다 가격이 하락해 찾는 비중이 늘어났지만 구입 물량은 예년보다 줄어 낙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의 한 상인은 "손님은 비슷한 수준으로 찾아오는데 사가는 상품의 양은 예년에 비해 줄었다"며 "단골손님에게는 물건을 더 얹어주고 있지만 같은 상품을 사더라도 지난해보다 더 적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올해 전통시장에서 설 제수용품(27개 품목)을 구입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평균 20만8,943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26만3,159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대형마트보다 평균 6만4,216원이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