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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맨과 ‘예스’맨,그리고 인사
입력2003-01-13 00:00:00
수정
2003.01.13 00:00:00
한영일 기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서울시가 최근 단행한 3급 이상 간부급 인사에서 `좌천성 발령`이 포함돼 공무원들 사이에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경영시정 구현을 위한 조직개편에 따른 인력배치를 위해 정책보좌관제 등을 신설하는 등 모두 43명의 공무원을 승진ㆍ전보 발령했다.
서울시의 이번 인사는 지난해 7월 이명박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래 앞으로 시정운영의 큰 틀을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녔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것은 바로 평소 이 시장에 서울시의 주택정책에 대해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배경동 주택국장의 향후 진로.
배 국장은 결국 해외교육을 위한 대기발령상태로 인사가 단행됐다. 배 국장과 이 시장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활황세를 타면서 재건축 정책방향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주택의 양적 공급보다는 질적 향상을 우선에 놓는 배 국장은 고건 전 서울시장에게선 두터운 신임을 얻었지만 경기활성화와 시장 자율을 중요시 하는 이 시장과는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따라서 이번 배 국장의 좌천성 발령을 놓고 일부에서는 건설업계와 재건축을 추진하는 지역 주민들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이 시장에 직언을 많이 해 온 고위직 관료에 대해 좌천성 발령을 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누가 소신을 갖고 정책을 펼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인사를 단행한 서울시측은 “배 국장의 경우 주택국장으로서 이미 2년간 활동해 온점을 들어 인사를 단행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지금껏 주택분야에 있어서 규제와 강화에 중심을 두었던 서울시의 정책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어느 곳에서나 조직 내 최고경영자에 무조건 `예스`만을 말하기보다는 과감히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만일 이번 서울시의 인사가 조직개편이라는 큰 틀만을 가지고 이와 같은 조직운영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채 이뤄졌다면 서울시측은 `충성스런 말은 귀에 거슬린다`는 옛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사회부 한영일기자 han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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