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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팔콘·프리티 주얼리…"선박 이름 이쁘네"

덩치와 무관 “여성스럽게”…꽃·새·별자리등 자주 사용<br>최근에 남성 이미지도 등장

‘브리티시 팔콘(British falcon), 프리티 주얼리(Pretty Jewelry), 피닉스 드림(Phoenix Dream), 모닝 콘셉트(Morning Concept).’ 자동차 이름이나 상호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봐도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이들 조합은 다름아닌 대형 선박의 이름이다. ‘브리티시 팔콘’은 최근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대형 오일메이저인 BP사에 인도한 11만톤급 유조선 3척 중 하나로 형제 선박의 이름은 브리티시 케스트럴(Kestrel)과 브리티시 이글(Eagle) 등이다. 몸집이 비교적 큰 새들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프리티 주얼리’는 지난해 STX조선이 홍콩 파라코우사로부터 수주한 4척의 석유제품운반선(PC선) 중 하나이다. 길이 183m, 폭 32.2m, 높이 19.1m의 크기에 14.2노트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는 5만1,000DWT급 선박의 이름치고는 앙증맞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다양한 선박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질까. 어떤 룰이나 패턴이 있는지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통상 선박의 이름은 선주가 직접 짓는다. 때문에 정해진 작명법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배는 ‘여성’을 상징하므로 덩치와 무관하게 여성과 관련된 이름이 많다. 지난 10월24일 STX조선이 명명식을 가진 독일 슐테(Schulte)사의 2,700TEU급 컨테이너선은 슐테라는 선주명 앞에 카테리나(Catherina)와 마거릿(Margarete)이라는 여성 이름을 달았다. 또 삼성중공업이 독일 오펜사로부터 발주한 9,200TEU급 컨테이너선 3척도 선주사 여성관계자의 이름을 따 마리아 엘레나(Maria Elena), 조앤나(Joanna), 에스티(Esthi) 등으로 명명되기도 했다. 선박의 여성적인 이미지를 고려하다 보니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꽃이나 별자리를 달기도 하고 조류 등 동물도 자주 등장한다. 선박의 항로와 관련된 지명을 따는 경우도 잦다. 삼성중공업이 9월 캐나다 시스판사에 인도한 9,600TEU급 컨테이너선 ‘CSCL 부산(Pusan)’은 부산항에서 차용했다. 반면 요즘은 강한 남성미가 연상되는 이름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STX조선에서 건조된 프리티 주얼리와 같은 항렬인 ‘오버시스 헤르쿨레스(Overseas Hercules)’는 남성위주의 서양신화에서 이름을 따온 경우다. 하지만 선박의 이름으로 꺼리는 단어도 있다. 시(Sea)나 스타(Star), 문(Moon) 등은 가급적 쓰지 않는다. 조선ㆍ해운업계의 한 전문가는 “신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름을 짓는 게 일반적”이라며 “바다와 하늘이 상극인 만큼 하늘의 별이나 달을 이름으로 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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