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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구학서 신세계사장
입력2003-10-26 00:00:00
수정
2003.10.26 00:00:00
신세계가 지난 24일 개점 73주년을 맞았다.이 땅에 유통업의 씨앗을 뿌린 신세계는 오는 11월 12일 이마트 창립 10주년이라는 또 다른 이정표를 세운다. 신세계는 국내에 할인점이라는 업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데 이어 중국에 점포를 잇따라 개설하는 등 해외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이라는 두 개의 노를 저어 한국 유통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구학서 사장은 특히 할인점 부문에서 월마트, 까르푸 등 세계적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이 번주 월요초대석에는 한국 유통산업의 걸출한 야전사령관으로 평가 받는 구학서 신세계사장을 만나 향후 업계 전망과 경영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이마트가 오는 11월 12일로 영업 10년을 맞이합니다. 국내 최고의 할인점으로 자리잡기 까지의 소회를 말씀해주시죠.
▲ 영업한지 10년이 지났지만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것은 7년쯤 됐습니다. 소매유통업은 백화점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든데 비해, 재래시장의 현대화 추세등에 힘입어 할인점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아오고 있습니다. 또 백화점은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데 비해 할인점은 저렴한 편이고 판매관리비도 백화점은 매출의 20%나 되지만 할인점은 10%대면 충분해 경쟁력이 있는 편이지요.
시운도 따랐습니다. 할인점사업을 시작할 당시 국내 소매시장의 규모는 100조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1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백화점과 할인점의 시장 규모가 각각 20조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만 백화점은 정체국면에 접어든 반면 할인점 시장은 약 50조원 정도까지 커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국내 할인점 업계의 앞날을 전망해 주시죠
▲ IMF를 거치는 등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할인점은 먹고 사는데 필요한 생필품을 판매하는 속성상 되레 경영이 좋아졌습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현재 신세계의 매출비중은 백화점이 25%, 할인점이 7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할인점이라는 업태는 존속하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봅니다. 이를테면 상품구성 등이 꾸준히 변해가리라고 봅니다.
신세계는 이미 3년전 할인점 매출이 백화점의 매출을 앞질렀습니다. 시장 상황을 앞서서 헤쳐나가고 있는 셈이지요.
-내년 내수경기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당분간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에도 경기가 안 좋았지만 올해는 지난해 보다 더 안 좋습니다. 그렇다고 신규투자나 국민소득이 늘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소비가 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투자와 일자리가 증가하는 선순환 국면에 진입해야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중장기 전략을 수립 중입니다. 지금 무리하게 투자를 늘리다 보면 불을 지피려다가 불쏘시개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IMF때 경기의 버팀목을 하던 내수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쉽사리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최소한 1~2년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올 초 경영계획을 낙관적으로 수립해 놓았길래 보수적인 입장에서 조정하라고 지시했는데 예상대로 가고 있습니다.
-인재양성에는 어떠한 원칙을 갖고 계십니까.
▲연세대학교와 제휴를 통해 MBA과정을 개설,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회사의 주 고객이 여성인 만큼 여성인력 개발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녀 신입사원의 구성비도 7대3 정도로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유통업은 여성들의 선호 업종이라 우수한 자원들이 많이 지원합니다. 점장급 간부도 여성 사원 중에서 발탁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눈 여겨 봐둔 재원들이 가사나 육아를 이유로 일찍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아 아쉽습니다.
-일각에서는 할인점 시장이 포화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타당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 네.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는 말입니다. 일부 경쟁력 없는 점포들이 문을 닫기 시작한 것도 이를 입증합니다. 현재 할인점의 상권은 15만명 이상이 되는 지역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같은 현실을 감안, 인구 5만명 이상 틈새 시장을 파고 들 생각입니다.
-슈퍼슈퍼마켓(Super supermarket)진출을 말씀하시는 것 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SSM 보다는 규모가 큰 점포로 중소도시를 겨냥한 중소형 할인점의 개념입니다. 이 같은 구상은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연말부터는 영천 등 중소도시에서 이런 점포들을 오픈 할 예정입니다.
한편에서는 할인점이 지방 재래시장을 잠식한다고 해서 거부감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할인점 재래시장의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쾌적한 쇼핑환경을 제공하는 등 긍정적인 요소도 많이 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홈쇼핑 진출 등 갖가지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향후 투자계획을 말씀해주시죠.
▲아웃렛과 홈쇼핑 등에 진출할 의사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알고 계신대로 현재 죽전, 본점등에 대형 매장을 짓고 있어 매년 6,000억~7,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력이 없습니다. 홈쇼핑은 1,2차 사업자 선정때 모두 참여했다 떨어진 만큼 아직도 의지는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신세계닷컴이라는 인터넷몰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는 TV홈쇼핑을 하나쯤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홈쇼핑은 이미 5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어 이미 포화상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제로 홈쇼핑에 뛰어들만한 업체는 신세계와 롯데 뿐인데 현상황에서는 중계사업자(SO)들에게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SO 인수까지도 생각해야 하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아 저울질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위성방송 등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지금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전에 아웃렛을 연다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의 아웃렛 업체인 첼시와 이야기가 진행 중에 있고, 그들이 우리측에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과는 나온 것이 없습니다.
-중국 진출은 예정대로 잘 돼갑니까.
▲알려진 바 대로 1차적으로 이마트를 상하이에 5곳, 톈진에 3곳 정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다음 투자전략을 세울 계획입니다. 중국도 WTO에 가입함에 따라 내년부터 외국업체도 100% 지분 투자가 가능해집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지분을 100% 인수해서 독자 운영하라는 제의도 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해외진출의 전진기지 역할도 중요하지만 물건을 조달하는 소싱 기지로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 업계1위 신세계의 CEO 사무실이 생각 보다 아담한 편이군요.
▲ 이 정도면 유통업체 CEO의 사무실 치고는 괜찮은 편입니다. 대개 유통 업체들은 금싸라기 땅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사무실은 넓은 공간을 사용하기 힘들지요. 외국기업과 비교해도 이 정도 사무실이면 훌륭한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영철학을 말씀해 주시죠.
▲저는 경영을 하면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아이템에 핵심 전력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성패는 결국 효율에 달려있으니까요. 가동률이 높은 자산을 통해 자금회전율을 높여야 합니다. IT분야 등에서 투자 제안이 많았습니다만 유통에만 전념할 생각입니다.
대담 조희제 생활산업부장
윤리경영의 전도사 구학서 사장
협력업체와 깨끗한 관계 가장강조, 투명경영 성과 주가20만원대 우뚝
“요즘 같은 세상에 윤리경영을 외친다는 것은 기업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업계의 모범사례로 평가 받는 신세계지만 윤리경영의 전도사 구학서사장의 시각은 엄정하기만 하다. 다시 말해 신세계가 다른 기업에 비해 윤리경영을 먼저 시작했고, 더욱 냉혹한 잣대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가 꿈꾸는 기업의 투명성은 아직 만족할 만 수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구사장이 윤리경영을 주창하기 시작한 것은 99년 회사CI 개편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정경유착과 관련한 문제들이 불거질 때 마다 정치권이 질타를 받지만 기업들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그가 기업경영의 투명성에 관해 가장 강조하는 것은 협력업체와의 깨끗한 관계 유지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신세계의 임직원은 인사고과를 받을 때 윤리에 관한 항목이 20%를 차지한다.
신세계의 5,000여 협력업체들도 윤리경영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다.
구사장은 이와 관련 “현금을 만지는 유통업체의 특성상 비리의 유혹은 항상 가까이 있다”며 “때문에 윤리경영은 신세계가 가장 우선시하는 덕목”이라고 말한다.
신세계의 이 같은 경영방침에 대해 업계와 협력 업체들은 “윤리경영을 얼마나 실천해 나가는지 두고 보자”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신세계의 옹고집에 두 손을 들었다.
실제로 협력 업체들은 물품대금 수금이나 거래 협상에 관한 불만이 가장 적은 업체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첫 손가락에 꼽는다.
구사장은 윤리경영을 통해 거둔 성과와 관련 “기업을 투명하고 도덕적으로 운영한 결과로 얻은 과실을 계량할 수는 없다”며“하지만 협력사와의 사적 관계를 배제해서 얻은 이익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윤리경영의 결실을 보려면 주가를 보라”면서“유통업체의 주식 중에서 20만원을 넘는 주식은 신세계가 유일하지 않느냐”며 그 동안의 신념이 옳았음을 힘주어 설명했다.
具사장이 사는 법
접대골프 받을때도 미리 그린피 계산, 스트레스 해소는 자택지하 노래방서
구학서 사장의 생활은 회사 밖에서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얼마 전 그는 골프 초대를 받아 라운딩을 하기 전에 자신의 그린피를 미리 지불, 나중에 계산을 하려던 호스트를 당황하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회사 밖에서의 접대 골프도 경우 바른 `신세계 스타일`로 해결한 셈이다.
하지만 그의 골프 실력은 남에게 자랑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핸디 100을 무시로 드나들며 90대 안에만 들어오면 감지덕지다. 구사장은 테크닉이 필요한 골프 보다는 체력과 인내력을 기를 수 있는 등산을 좋아한다.
그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집 뒤쪽의 우면산을 한 시간 정도 오르내린다.
구사장은 지난 6월 2박 3일로 지리산을 종주했고 10월 초에는 무박 2일로 설악산 대청봉을 다녀왔다. 골프는 목표를 달성한 적이 별로 없지만 등산은 언제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 좋아한다.
가족은 부인과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있으며 장녀는 결혼해서 미국에 살고 있고, 큰아들은 2년전 대학 졸업후 결혼해 제일기획에 근무하고 있다. 차남은 군복무를 마치 미국에서 어학연수중이다.
아들들은 공부를 더 해서 교수가 되었으면 싶지만 당사자들은 아버지의 뜻과 달리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싶어한다.
대학에서 사회사업을 전공한 부인은 태화관이나 밀알학교 같은 자선단체에서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었고 지금도 그런 일에 관심이 많다. 그는 부인의 어떤 점이 제일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돈을 쓸 줄 모르는 점이 좋다”며 겸연쩍어 했다. 그는 부인의 집안 일을 도와주느냐고 묻자 “요리는 해 본적이 없다”며 “하지만 마당에서 화초나 야채 등을 재배하는 일을 즐긴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지하에 노래방을 만들어 놓고 주말 오후에 빠른 템포의 노래를 신나게 부르는데 애창곡은 수시로 바뀌지만 `비목`을 좋아한다.
<정리=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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