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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정치생명 ‘바람 앞 등불’ 위기
입력2004-01-29 00:00:00
수정
2004.01.29 00:00:00
황유석 기자
1997년 집권 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일단 한숨을 돌렸다.영국 정부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과장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였던 허튼 조사위원회가 28일`정부는 잘못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7일에는 영국의 대학 등록금 인상 법안이 간신히 하원에서 통과돼 부결 위기를 면했다.
그러나 블레어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이라크전을 거치면서 총리로서의 신뢰성이 무너져 그의 리더십은 크게 손상됐다. 여전히 그의 정치생명은 사망선고를 기다리는 처지라는 극단적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하원은 블레어 총리가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운 대학등록금 인상법안(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찬성 316 반대 311, 5표 차로 간신히 통과시켰다.
결과는 블레어 총리의 바람대로 통과됐지만, 표결 내용을 뜯어보면 블레어 리더십의 패배로 해석할 수도 있다.
블레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의 성격으로 치러진 이날 표결에서 무려 71명의 집권 노동당 의원들은 반란표를 던졌다.
집권 이후 국내 현안에 대한 노동당의 반란표로는 최대이다. 블레어 총리의 최대 정적이자 당내 최대 계파를 이끌고 있는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막판 블레어 총리 쪽으로 돌아서고, 스코틀랜드 출신 의원들이 지지해 주어서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
사회복지 시스템에 시장경제 논리를 도입하기 위해 추진한 이 법안은 연 1,125파운드(244만원)로 묶여 있는 대학등록금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최고 3,000파운드(651만원)까지 인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 재정난에 허덕이는 영국 대학들이 정부 예산에만 의존하는 현 상태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영국 언론들은 이날 좌우파를 가릴 것 없이 블레어 총리의 추락을 일제히 보도했다.
좌파 성향의 일간 가디언은 사설에서 "의석 구조상 161표의 우위가 5표로 줄어든 것은 승리가 아니라 치욕"이라고 평가했다.
더 타임스는 "블레어가 자기가 믿던 지지자들로부터 등에 총을 맞았다"고 전했다.
의회 표결 직후 관심은 법관인 허튼 경이 제출한 조사보고서로 모아졌다.
지난 해 7월 BBC 방송의 보도로 촉발된 `이라크 WMD 정보 보고서 과장 의혹`과 관련해 의문 속에 자살했던 데이비드 켈리 박사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온 허튼 경은 "토니 블레어 정부가 켈리 박사의 사망과 관련해 명예롭지 못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튼 경은 328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켈리 박사는 자살한 것이 확실하며 제3자가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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