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와 같은 슈퍼리치(현금성 자산 10억원 이상)들이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즉시연금에 넣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예금의 중도해지도 피하고 비과세 즉시연금 혜택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는 2월 중순부터 즉시연금 과세기준이 2억원 초과로 바뀌는 것에 맞춰 슈퍼리치들이 즉시연금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삼성생명이 은행ㆍ보험 등 33곳에 팔고 있는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몰리면서 1월 판매한도가 이르면 21일에 소진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1월에 즉시연금은 하루 평균 400억원 규모로 판매됐는데 비과세 기준이 강화된 후 18일에만도 600억원어치나 팔렸다"면서 "일부 은행은 한도가 소진되는 등 21일에는 1월 물량이 끝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삼성생명이 1월에 500억원의 즉시연금을 배정했는데 18일에만도 110억원어치가 팔리면서 판매를 중단했다. 삼성생명은 2월에야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
저금리와 달라진 세법은 이렇게 슈퍼리치를 비롯한 돈의 이동경로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저금리와 세법개정에 따라 절세를 향한 자산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며 "지난 2001년 세제개편 이후 주식형펀드로 돈이 쏠렸던 상황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절세가 되는 곳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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