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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도동망’… 모두 잃는다/정회장,계열사 몇개나 건질까
입력1997-01-31 00:00:00
수정
1997.01.31 00:00:00
한상복 기자
◎“위기마다 불사조…” 재기 가능성 배제못해/한보건설·대성목재까지 은행관리에 돌입한보그룹은 공중분해될 것인가.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이 계열사 소유권에 강한 집착을 보임에 따라 한보그룹의 22개 계열사중 몇개 기업이 건재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한보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치 않기로 결정한 한보건설(구 유원건설)과 대성목재의 향방이 주목된다.
업계는 정총회장이 한보철강을 비롯한 그룹의 「알짜기업」을 모두 잃고 그룹은 공중분해돼 다시는 재기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보그룹은 지난 28일 한보철강과 (주)한보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보철강과 (주)한보는 그룹전체 매출액(4조8천80억원·96년말 기준)의 94%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그룹의 핵심계열사. 때문에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제3자가 인수하면 정총회장은 이들 기업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해야할 처지에 놓인다. 한보그룹은 상아제약과 한보에너지에 대해서도 서류가 준비되는 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방침이다.
이들 4개사가 정총회장의 품에서 떠나면 그에게 남게될 「번듯한 회사」는 한보건설과 대성목재 정도다. 그룹관계자는 『한보건설은 인수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대성목재도 산업합리화 지정업체로 한보철강에 채무보증을 서지 않았기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력기업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나면 한보건설과 대성목재는 그룹 및 다른 계열사의 지원중단으로 자금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제일은행과 조흥은행등 채권은행단은 이들 2개회사에 대해 최근 은행관리에 들어갔다.
채권은행단의 한 관계자는 『위쪽에서 한보건설과 대성목재를 정태수총회장으로부터 떼어낸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정태수총회장의 경영권 포기각서를 받고 제3자 인수를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지난 95년 한보에 인수됐던 유원건설과 대성목재는 다시 새로운 주인을 찾아 나서야할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제일은행에 따르면 한보그룹의 은행권에 대한 여신은 25일 현재 3조3천5백58억원에 이르고 있다. 정태수 총회장은 『자산이 부채보다 많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입증하듯 담보가 1천4백42억원이나 남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정 총회장의 재산 대부분이 당장 현금화가 어려운 대규모 부동산인데다 자금거래 중단에 따른 여파, 담보가 남는데도 부도처리된 석연치 않은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업계는 한보나 정 총회장의 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보건설과 대성목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사업이 변변치 않고 수익성도 별로 없어 주력기업이 무너지면 공도동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보정보통신을 비롯해 여광개발·정암생명공학연구원·한보경제연구원 등 대부분의 계열사가 뿔뿔이 흩어지거나 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위기때마다 불사조처럼 살아났던 정총회장의 그간 전력으로 볼 때 그가 완전히 넘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태수 총회장의 『현재 재산감정을 벌이고 있고 내 재산이 얼마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수조원은 될 것』이란 말을 감안한다면 한보가 이번 파문이 가라앉은 뒤 다시 일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수서사건 이후 수천억원에 달하던 빚을 차근차근 갚았던 점을 감안할 때 그의 「믿는 구석(개인돈)」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총회장이 한보건설과 대성목재에 대한 권리사수에 성공할 경우 이를 발판으로 재기할 수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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