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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첨단과학 요람으로 우뚝
입력2004-06-16 17:35:11
수정
2004.06.16 17:35:11
최수문 기자
태풍 이동경로등 정확한 예보로 피해줄여<br>기상·해양연구 선진국수준 발돋움 계기로
한국의 최남단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지 6월로 첫돌을 맞았다. 이어도 기지는 지난해 6월11일 첫 전파를 쏘기 시작한 후 하루도 빠짐없이 남해 바다의 기상 및 해양 정보를 경기 안산에 위치한 한국해양연구원에 보내오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전남 영광 앞바다 및 백령도 근해에 관측기지를 추가로 설치, 이를 이어도 기지와 연결하는 동시에 중국과도 협조를 강화해 황해 기상ㆍ해양 관측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신화에서 첨단 과학기지로=영원한 이상향, 이어도는 오랫동안 신화의 무대였다. 살아서는 못 가는 곳, 한번 가본 사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피안의 섬이었다.
‘파랑도’라고도 불린 이어도가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900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호가 이어도에 좌초하면서부터였다. 이후 해도에 소코트라록(socotra rock)으로 표기됐다. 마라도 남서쪽 149㎞ 지점에 수심 40㎙를 기준으로 남북 600㎙, 동서 750㎙로 면적이 약 11만5,000평인 수중 암초가 바로 이어도의 정체였다.
지난해 한국해양연구원은 이 이어도에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다. 건설기간 8년과 212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높이 76㎙, 연면적 400평 규모의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했다. 40여종의 관측장비가 가동되고 있는 이어도 기지는 첨단 과학의 요람으로 한국의 기상 및 해양 연구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지 건설과 운영을 순수 국내기술로 하고 있다는 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자랑이다. 수심 40㎙의 바다 위에 3,400톤 규모의 해상기지를 건설하는 일은 현대중공업이 맡았다. 이어도 기지는 지난 100년간 한반도를 덮친 가장 높은 태풍의 파고(18㎙, 98년 ‘셀마’)와 풍속(초속 60㎙, 2003년 ‘매미’)도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지어졌다. 불가피한 핵심 센서 몇 가지를 제외한 설비 모두가 국산장비와 기술로 이뤄졌다.
이어도 기지는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활용하며 1~2개월에 한번씩 연구원들이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무리가 없다. 기지의 장비들은 무궁화위성2호를 해양연구원 본부에서 원격으로 조정된다.
◇기상과 해양 관측의 신기원=이어도 기지가 진가를 발휘한 것은 지난해 태풍 ‘매미’가 불었을 때였다. 한반도를 목표로 한 태풍의 40%는 이어도 기지를 통과한다. 기지를 지나친 후 대략 10시간 후면 본토에 상륙한다.
이어도 기지는 매미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동경로 시뮬레이션을 제공함으로써 태풍 피해를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했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심재설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태풍으로 인해 매년 수조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어도 기지가 정확한 예보를 통해 이런 피해의 5%만 줄여도 제 몫 이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지 건설로 인해 기상정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도 의미가 크다. 기지 건설로 한국은 기후정보 수혜국에서 제공국으로 위상을 높였다. 이어도 기지에서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기상정보는 세계기상기구(WNO)를 통해 전세계와 공유된다.
이어도 기지를 건설함으로써 제주도 남단 수역에 대한 한ㆍ중ㆍ일 영유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어도 기지는 한ㆍ중ㆍ일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곳에 건설됐다. 기지 건설 당시 중국의 반발이 있었지만 기지를 건설함으로써 한국은 영유권 분쟁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게 됐다.
이밖에도 이어도 기지는 해상 교통안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기지 인근에는 연간 25만척의 선박과 어선이 지나다닌다. 이어도 기지는 이들 선박과 어선에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헬기장 시설이 돼 있어 비상시 헬기를 이용한 구난시설로도 이용된다.
◇이어도와 백령도를 잇는 황해 해양관측 벨트 구상=해양연구원은 황해에 이어도 기지와 비슷한 해양과학기지를 두개 더 만들 계획이다. 한국은 편서풍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국토 서쪽에 기상관측기지가 필요하기 때문. 황해 해양관측정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중국도 공감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황해를 에워싼 채로 발달해왔고 황해 해양자원의 이용은 두 나라 모두에 절실하기 때문이다.
해양연구원은 오는 2007년을 목표로 전남 영광 서쪽으로 황해 중간인 경도 124도, 위도 35도 지점에 이어도 기지의 기능을 갖춘 부유식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백령도 인근에도 마찬가지로 부유식 기지가 갖춰진다.
이동영 해양연구원 박사는 “이 둘이 완성되면 이어도 기지와 연결돼 황해의 기상ㆍ해양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특히 황해의 해양관측 결과를 중국과 공유함으로써 중국과의 협력 및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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