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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벽 사회

며칠전 뉴스를 보면서, 대조적인 두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부모가 인터넷을 통해 유치원에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이 제대로 놀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엄마들에게는 이보다 더 안심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카메라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하철, 목욕탕 등 대중이용시설에서 “혹시 누가 나를 찍고 있지나 않나 하는 생각에 신경이 예민해 진다”며 “인터넷으로 이것이 유통된다고 생각하면 아찔해 진다”는 여성들의 인터뷰도 나왔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 정보화로 대변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분명 인류에게 큰 축복이다. 인류의 생활이 보다 편리해지고 안락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율성과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사이에 우리들은 보다 큰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바로 `프라이버시`라는 개인적 자유의 근본이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위협 받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정보화 시대가 궁극적으로 프라이버시가 소멸되는 시대`가 될 지 모른다는 우려도 높다. 지난해 개봉했던 미국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그 우려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54년이 배경인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필사적으로 감시망을 뚫어보려 하지만, 거리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로 모든 행동이 감지되고, 실시간으로 경찰에 알려지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유리벽처럼, 모든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시내버스, 사무실 심지어 목욕탕 탈의실에까지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은 우리가 안방에서 무엇을 하는 지를 찍을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다. 게다가 몰카, 카메라폰과 같은 익명의 것까지 포함한다면 홀로 남겨져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적 침해에 대한 반대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학생들은 학내에 설치한 비디오카메라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며 철거를 요청했고, 카메라폰에 대한 법적인 규제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문명의 편리함에 도취되어 있고, 더 나아가 이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있는 상황에서 법적인 차원의 보완만으로 기술의 발달이 잠식하고 있는 개인적 공간을 다시 넓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의 역사가 `육체적, 정신적 자유의 확장`이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보화가 과연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50여년전 조지 오웰이 그의 소설 `1984`에서 지적했던 빅브라더처럼 인류가 만든 기술문명에 의해 우리 스스로 감시당하는 사회가 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오세훈(국회의원ㆍ한나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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