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미 , 서투른 실수로 빛바랜 첫무대 서투른 실수로 빛바랜 첫 무대…3R 드롭지점 홀서 가까워져 규정 위반…경기종료후 문제제기 성적·상금 무효로 김진영 골프전문 기자 eaglek@sed.co.kr 관련기사 "속일 의도 없었고 판정에 따르겠다" 프로 위성미의 ‘장밋빛’데뷔 전이 충격으로 끝났다. 대회 개막 전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위성미(16ㆍ나이키 골프)는 17일 삼성월드 챔피언십 최종라운드를 마친 뒤 규칙 위반으로 실격 당했다. 유명 선수의 프로 데뷔 전 실격은 골프 역사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일이다. “우승도 할 수 있다”며 자신만만하던 300야드 장타의 프로는 “앞으로는 반드시 경기 위원을 불러 물어보겠다”며 울먹이는 10대 소녀의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일부 골프 계 관계자들은 ‘아마추어 같은 실수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어 위성미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 될 전망이다. ■왜 실격됐나=결과적으로 3라운드 스코어 오기다. 벌타를 기입하지 않은 채 스코어 카드에 사인을 해 제출했기 때문. 그러나 상세한 이유는 드롭 지점을 잘못 정해 오소(誤所)에서 플레이를 한 데 있다. 상황은 전날 파5의 7번 홀에서 발생했다. 470야드의 이 홀에서 5번 우드로 세컨 샷을 했던 위성미는 볼을 그린 너머 덤불 속으로 날렸다. 도저히 칠 수 없다고 판단한 위성미는 마커인 박지은에게 ‘언플레이어블 라이(Unplayable Lie)’임을 선언하고 1벌타 후 드롭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골프 규칙 28조에 따라 2클럽 이내에서 드롭을 한 것은 좋았는데 드롭 지점을 정할 때 원래 위치보다 홀에 가까운 곳으로 이동한 것. 규칙에 따르면 언플레이어블 라이를 선언한 경우 원래 샷한 위치, 볼과 홀을 잇는 가상 선상으로 직 후방, 볼에서 2클럽 이내 등으로 드롭 위치를 선정할 수 있으나 어떤 경우도 홀에 더 가까워져서는 안 된다. 경기 위원회 측은 비디오 판독과 위성미의 재연 등을 근거로 볼이 원래 위치보다 홀 쪽으로 약 32~38cm쯤 가까워졌다고 최종 판정했다. 위성미도 “한 7cm쯤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어쨌든 볼이 홀에 가까워 졌음을 시인했다. 결국 경기위원회는 ‘잘못된 드롭으로 인한 오소 플레이’라고 판정했고 이에 대한 2벌타를 부가하지 않은 채 71타로 적힌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만큼 ‘스코어 오기’로 실격임을 선언했다. 위성미가 최종라운드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지 2시간이 지난 뒤였고 시상식도 다 끝난 상황이었다. 2시간 전만해도 4라운드 2오버파를 보태 합계 8언더파로 단독 4위에 기록됐던 위성미는 순식간에 스코어보드에서 사라졌고 5만3,126달러의 상금도 날아갔다. 문제의 그 장소 위성미가 삼성월드챔피언십 3라운드가 치러진 지난 16일 파5의 7번홀그린 주변에서 드롭을 하는 모습. 당시 위성미는 두 번째 샷을 뒤쪽에 보이는 덤불 속에 넣어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으며 2클럽 이내 드롭을 했지만 홀에 더 가까운 곳이었다는 사후판정을 받았다. /팜데저트=연합 ■문제 제기는 누가=전날 위성미의 플레이를 따라 다니며 취재했던 미국 유명 스포츠 잡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마이클 뱀버거라는 기자가 이날 4라운드 경기 중 경기 위원회에 ‘전날 위성미 드롭이 다소 이상했다’며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기자는 전날 마지막 조였던 위성미와 박지은이 홀 아웃을 한 뒤 7번홀 위성미의 드롭 장소와 원래 볼이 있던 곳을 보폭으로 재 거리를 비교해봤으며 3라운드 후 의문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부랴부랴 비디오 판독에 나섰던 경기 위원회는 일단 위성미가 경기를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직후 문제가 있음을 통보하고 캐디와 함께 7번홀로 데리고 가 당시 상황을 재연토록 했다. ■그래도 남는 의문 =전날 위성미가 3라운드 스코어 카드를 내기 전 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 경기 위원회의 판정을 받았으면 위성미는 실격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때문에 위성미가 하루가 지난 뒤에야 문제를 제기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뱀버거라는 이 기자는 “전날 위성미에게 물어봤지만 문제 없다는 그녀의 답이 내게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뭔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내내 찜찜했고 골프의 정신이 ‘정직’이라는 점을 되살리면서 경기 위원회 측에 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난 12년 동안 줄리 잉스터의 백을 맸던 위성미의 베테랑 캐디인 瀏?존스턴은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골프 계 일부 관계자들은 “잉스터의 캐디를 12년이나 한 베테랑 존스턴이 조금이라도 의심이 드는 상황은 피해야 하는 원칙을 무시했다”며 캐디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5/10/17 16:55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