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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저성장에 경상수지까지 흔들

경상적자 확대→물가압박→내수위축→저성장 악순환<br>하반기이후 수출마저 꺾이면 예상밖 경기침체 가능성


최근의 주요 경제지표들은 우리 경제운용의 3대 축인 물가ㆍ성장ㆍ경상수지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대로 진입하고 성장률은 4%대 추락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지난 3월 ‘반짝’ 개선됐던 경상수지는 적자폭을 크게 키우며 더 큰 폭의 물가상승과 저성장의 암운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태성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30일 ‘4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면서 “전반적인 내수부진으로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하긴 했지만 생산이 호조를 보여 경기하강은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생산호조의 원천이 된 수출 호조세가 올 하반기 이후 꺾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우리 경제가 앞으로 예상보다 깊은 골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소비ㆍ투자 등 내수 전반 부진=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생산은 전년동월비 10.5% 증가해 4개월 연속 두자릿수를 유지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전년동월비 5.9%, 전월 대비 0.2% 소폭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생산 호조는 수출 호조에 힘입은 ‘시한부’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증가에 힘입어 생산자제품 출하도 전년동월비 8.6% 늘어나는 호조를 이어갔지만 재고 역시 12.3% 늘어나면서 재고 증가율이 출하 증가율을 웃돌았다. 제조업 재고출하순환은 3개월 연속 경기둔화ㆍ하강 국면에 위치했다. 소비재 판매도 기저효과로 인해 전년동월비 5.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월에 비하면 0.2% 감소했다. 4월 소비자물가 증가율이 4.1%의 고공행진을 보인 상황에서 소비재 판매 증가를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린 것으로 풀이하기는 어렵다. 설비투자도 반도체장비 등 기계류 투자 감소로 전년동월비 2.0% 감소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경기 선행지표가 줄줄이 하락한 점이다. 미래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벌써 5개월째 하락, 2005년 2월 이래 처음으로 2%대로 하락했고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토목 부문 부진으로 2.5% 감소했다. ◇경상적자가 인플레이션-저성장 부추긴다=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동향은 경상적자발 내수위축 가속화 우려를 부추겼다. 물론 16억달러를 육박할 정도로 4월 경상적자가 확대된 것은 외국인 주식투자 배당금이 해외로 대거 빠져나가 소득수지가 19억3,000만달러 적자를 보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결산법인 대외배당금 지급이 이뤄지는 시기에 나타난 현상인 만큼 이 같은 적자폭이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만성적인 서비스수지 적자와 고유가에 따른 상품수지의 악영향 등을 감안할 때 경상적자 추세가 바뀔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 지난달 서비스수지 적자는 전월보다 3억달러 확대된 9억8,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수출 호조에 힘입어 상품수지가 16억5,000만달러로 흑자폭을 크게 늘리긴 했지만 원유도입비용 상승으로 인해 누적 흑자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상품수지 누적 흑자는 올들어 4월까지 4억3,000만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5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경상수지 적자 기조가 원ㆍ달러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 물가를 압박하면서 내수를 위축시켜 저성장 기조를 굳힐 수 있다는 점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 적자폭을 9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며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위협적인 수준이 아니지만 경상적자 기조가 지속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마저 꺾이면 경제 ‘수렁’으로=한은은 배당금 지급이 마무리되는 5월에는 경상수지가 4월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배럴당 130달러를 넘나드는 유가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세계경기 둔화의 여파가 수출증가율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경상수지 적자폭은 70억~100억달러 규모인 각 경제기관 예측치를 벗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지금까지 그나마 국내 경기와 국제수지를 받치고 있는 수출 호조세에 아직 세계경제 둔화 여파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속적으로 내수가 위축되는 데 이어 하반기에는 세계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수출마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5.5%에서 하반기에는 3.8%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경제성장률은 상반기 4.3%에서 하반기 3.1%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중국 쓰촨성 지진과 국내 광우병 파동 등 경제 외적인 악재 여파가 커질 경우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길 수도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우리 경제는 성장률 하락과 물가상승 목표치 초과, 경상수지 적자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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