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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IT업계 ‘적과의 동침’ 바람
입력2003-06-22 00:00:00
수정
2003.06.22 00:00:00
윤혜경 기자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
미 경제 호황기 무렵인 지난 90년대 경쟁사에 대한 적대적 인수 합병(M&A) 추진, 법정소송 등 갈등으로 얼룩졌던 미국의 IT 기업과 미디어 기업들이 21세기 `새로운 화해의 시대`를 맞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1일 업계 전반에 걸친 불황으로 인해 기업들이 `공생의 법칙`을 터득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와 거대 미디어 기업 AOL 타임워너의 리처드 파슨스 회장이 최근 인터넷 브라우저 관련 반독점 소송을 취하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
또한 AOL이 케이블 자회사를 분리하기로 합의하면서 AOL과 컴캐스트가 파트너 관계를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AOL과 브라이언 로버츠가 이끌고 있는 케이블 기업 컴캐스트는 지난 2001년 내내 AT&T의 광대역 통신망 인수를 놓고 으르렁거렸던 사이. 그러나 요즘에는 고화질 TV와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개발을 위해 사이 좋게 공동 연구 개발을 추진하는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미디어 그룹 비아콤의 멜 카마르마진도 동참하고 있다. FT는 이러한 현상이 호황 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가 IT 거품이 꺼지면서 곤궁에 처한 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자제하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IT 부문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 관계를 보였던 미디어 기업들도 최근 소모적인 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최근 애플 컴퓨터가 온라인 음악 시장에 진출한데 대해서도 이를 견제하기 보다는 새로운 고객으로 받아들이며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신문은 과거 적대적 M&A의 주역들이 대부분 일선에서 떠나면서 이러한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을 주도했던 제리 레빈 전 회장이 회사를 떠난 것을 비롯, 역시 M&A 신봉자인 스티브 케이스와 테드터너도 일선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이들을 뭉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신문의 지적이다. 향후 어떠한 기술이 뜨고 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는 적을 많이 만들기 보다는 `친구`를 많이 사귀어 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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