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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 방송사에서 매주 선보이고 있는 ‘경제야 놀자’라는 프로그램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재테크 전문가가 한 명 있다. 그는 펀드에서부터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주식투자 등 자산관리를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해 주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정복기(42ㆍ사진) 삼성증권 PB(프라이빗뱅킹) 연구소장. 19년째 PB라는 한 우물만을 파 온 정 소장을 통해 자산관리의 세계를 들여 다 보자. “우리들은 지금 재테크의 수단이 저축에서 투자로 급변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리스크가 동반되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되면 포트폴리오가 대단히 중요한데, PB는 바로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소장이 2006년부터 이끌고 있는 삼성증권의 PB연구소는 국내에서는 체계적인 PB 전략을 짜는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으로 통한다. 특히 아시아머니지로부터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국내 최우수 PB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정 소장은 대학원의 PB학과 교수뿐 아니라 금융기관을 비롯한 민간 기업 또는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강연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 소장은 “솔직히 국내 PB업계는 스위스나 영국, 미국 등 PB의 역사가 무척 오래된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는 걸음마 수준이나 다름없다”며 “PB는 단순히 하나의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갖고 있거나 영업력이 좋다고 잘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알고 전략을 짤 수 있는 전문인력은 아직 많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PB는 전체적인 자산관리라는 집을 짓는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경제 지식은 물론이고 풍부한 경험과 정치, 문화까지 내다볼 수 있는 폭 넓은 안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정 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지난 사람이 지난 2001년에는 5만명이었지만 2005년에는 9만 9,00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는 점은 곧 자산관리인력이 그만큼 필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단순히 금융업계를 넘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이 같은 자산관리자를 적극 육성해 국가의 부를 키울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삼성증권 PB연구소는 9월 중에 자산이 30억원 이상인 특급 고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자산관리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 선보이는 서비스는 연구소의 내외부 인력 네트워킹을 활용해 증권, 주식, 부동산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상속이나 증여 등도 포함한 전방위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1대1로 컨설팅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정 소장은 “처음부터 많은 고객들을 유치하기보다는 고객이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만족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고객 역시 단지 돈을 맡기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주체적으로 자산관리를 한다는 투자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새 사업에 따른 포부를 밝혔다. 기본적으로 자산이 수 십억원이 됐던 수 백만원이 됐던 투자의 원칙은 투자자 자신의 결정과 선택이 최우선이라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는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자산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단지 누구한테 맡기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며 “무슨 종목이 아니라 어떻게 투자할 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인 정 소장다운 지적이다. 그는 또 시중 PB센터들의 ‘화려함’에도 일침(一針)을 가했다. 정 소장은 “증권사나 은행들이 PB점포를 화려하게 만드는 것은 고객들 스스로가 투자방법에 대한 고민보다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일종의 대접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며 “지점의 값비싼 가죽 소파와 화려한 인테리어가 자산을 늘려주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재테크가 저축에서 투자로 넘어갔을 때는 수익률보다 리스크를 먼저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결국 이런 원칙을 지켜가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요즘 유행하는 펀드의 경우도 무슨 펀드냐 보다는 내가 돈을 모아 어디에 쓸 것인지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상품이 어떤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진정한 투자는 특정 시점에서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큰 흐름속에서 움직이는 것이고 현재 증시도 마찬가지”라며 “이를 위해서는 분산과 함께 국내외 경제의 큰 흐름에 민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작 자신의 재테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정 소장은 “현재 CMA통장은 물론이고 장기주택마련 펀드나 연금펀드 그리고 다양한 세금우대상품 등에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위한 금융 재테크보다 삶은 위한 인생 재테크일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로 인터뷰를 가름했다. /한영일기자 hanul@sed.co.kr <투자철학> ▦기본에 충실하자=기본을 무시하는 것은 순간은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원칙을 지켜가는 투자가 결국 수익으로 직결된다. ▦모든 투자는 본인이 해야 한다=투자의 모습도 사람의 얼굴 생김새처럼 각양각색이다. 따라서 단순히 남의 말을 따른 것이나 섣부른 귀동냥에 의한 투자는 배제돼야 한다. 투자는 가슴이 아닌 머리로 하는 것이다. ▦운삼기칠(運三技七)이다=연구하고 준비하며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수익률은 단순히 운에 따른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 얻는 것이다. <프로필> ▦65년 서울 출생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한국시티은행 지점영업관리 기획실장 ▦한국시티은행 분당지점장 겸 이사 ▦삼성증권 영업교육센터장 ▦삼성증권 PB사업부장 겸 마케팅 담당임원 ▦현 삼성증권 PB연구소장, 숭실대 대학원 PB학과 겸임교수,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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