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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투자위축→장기불황' 악순환우려

공장가동 중단등 극약처방불구 회복기미 없어<br>감원 등 추가 구조조정땐 경쟁력 약화 불가피<br>화섬업계 절반 감산…일부는 업종변경도 검토


산업현장이 넘쳐나는 재고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들이 감산이나 공장가동 중단 등 극약처방을 하고 있지만 처방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재고증가는 내수침체와 수출부진에 따른 수요감소 요소뿐 아니라 값싼 중국산 공세로 인한 수요기반 잠식요소가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재고과잉→감산→투자위축→구조조정 압력→경쟁력 위축→장기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시작을 우려하고 있다. ◇공장가동 잇달아 중단=화학섬유업계는 재고와의 전쟁이 벌써 1년째다. 대부분의 화섬업계는 최근 1~2년 새 생산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일부 업체는 아예 업종변경을 검토 중이다. 효성은 올해 초 울산공장 폴리에스테르 생산량을 260톤으로 줄였다. 1년 전 연산 450톤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대한화섬 역시 연산 400톤에서 200톤으로, 휴비스는 200톤에서 100톤으로 정확하게 절반을 줄였다. 화섬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화섬원료인 테레프탈산(TPA) 가격이 하락해 생산여건은 좋아졌지만 값싼 중국산 제품이 급증해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공장가동 중단 등 감산에 돌입했다”며 “재고가 줄어들지만 아직 공장을 정상 가동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생산자 제품재고지수’에 따르면 화섬제조업의 경우 재고지수가 지난해 4월 90.9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 4월에는 126.7로 급증했다. 숫자가 높을수록 그만큼 재고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멘트업계는 더 심각하다. 현대시멘트는 6월 말 현재 시멘트 재고량이 12만5,000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결국 공장 2곳 중 단양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시켰다. 라파즈한라는 슬래브시멘트를 만드는 삼척의 신기공장을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중단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공장가동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상황조차 아니다”며 “당분간 공장가동은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살얼음 위 걷는 기분”=석유화학업계는 최근 진행되는 상황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화섬경기 위축은 주요 원자재인 TPA 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삼성석유화학 관계자는 “경기변동 폭이 워낙 커 미래 예측이 어렵다”며 “업황에 따라 재고분량을 적절히 조절해나가겠지만 솔직히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수출 주력인 D램 반도체에서는 낸드플래시 재고가 하루가 다르게 쌓이고 있어 근심이다. 업계에서는 “8~9월로 넘어가면서 MP3나 디지털카메라 신제품이 나오면 수요가 늘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그리 만만한 상황은 아니다. 제지업계도 재고량 증가에 고민이다. 4월 말 현재 전체 재고는 61만7,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만여톤이 늘어났다. 현재 해외시장을 뚫어보려고 노력하지만 내수 의존도가 워낙 높아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내수물량 감소로 인한 판매량 감소분을 수출로 돌려 공장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내수 부문 판매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기불황의 서막인가=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최근 들어 다시 전업종에 걸쳐 재고가 늘어나는 등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재고과잉의 가장 큰 문제는 설비투자를 지연시키는 것”이라며 “투자지연은 결국 국내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우려했다. 재고과잉은 또 감원 등 추가 구조조정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년 넘게 재고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화섬업계의 경우 지난해 대규모 유휴인력 정리에 이어 올해 또다시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할 형편이다. 화섬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섬업계의 경우 감원에 직접 노출돼 있다”며 “직원들이 감원공포로 일손을 거의 놓고 있어 경쟁력 확보는 너무 먼 얘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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