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빠(이명박 열렬 지지층)’를 만들 수 있을까. 오는 12월 대선에서 인터넷 지지층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이명박(MB) 한나라당 후보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 후보는 요즘 오프라인에서는 50%가 넘는 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넷심(net心ㆍ네티즌의 지지)’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표 흐름으로 직결된다는 데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사이버 열렬 지지층의 존재는 대선 승부를 가를 정도로 위협적이라는 분석이 점차 힘을 얻는 상황이다. ◇넷심은 ‘반이(反李)’ 추세=한나라당 경선이 시작되기 전인 연초만 하더라도 이 후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었다. 이 후보가 정치권 외부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고 경제 대통령 콘셉트가 먹히면서 네티즌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경선이 시작되고 당 안팎의 공격이 이 후보에게 집중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특히 최근 범여권의 경선이 시작되면서 이 후보에 대한 ‘넷심 이반’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례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땅박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 후보의 별명으로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한반도 운하 구상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촌 사람들을 현혹하는 말도 안 되는 사기 공약”이라고 비판한다. 정치컨설팅사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29일 “네티즌들이 전반적으로 약자에 대해 응원하고 잘나가는 사람은 공격하는 본능이 있는 반면 이 후보 지지층은 ‘일 좀 잘할 것 같다’ 수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해온 정도”라고 말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명빠(이명박 마니아)’가 없다는 것은 지지층의 열성도가 낮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이 후보에 대한 파상공격에 대항하는 주체와 논리가 점차 사라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빠’의 특징과 위력=‘빠(열렬 지지층)’를 가진 정치인은 노무현 대통령과 통합신당 대선 경선주자 유시민 의원, 그리고 이 후보에게 석패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세 명뿐이다. 이들 ‘노빠’ ‘유빠’ ‘박빠’는 지지 대상의 헌신을 계기로 자발적으로 형성됐다는 특징이 있다. 인터넷 논객 1세대인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은 “인터넷 ‘빠’를 몰고 다니려면 비장미가 있어야 한다. 노 대통령과 유 의원, 박 전 대표 모두 험한 일을 겪으면서 꿋꿋하게 버티고 감동적으로 희생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노 대통령은 부산 출마에 따른 낙선과 지난 2002년 당내 ‘후보 흔들기’를 이겨냈다. 유 의원은 당내 ‘왕따’를 당하면서도 참여정부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방어의 중심에 섰다. 박 전 대표는 선거 지원유세 과정에서 악수를 많이 해 손에 부상을 입고 얼굴에 테러를 당하면서도 위기의 한나라당을 구했다는 말을 듣는다. 자발적이고도 강력한 이들 ‘빠’ 그룹은 2002년 대선 때의 ‘노사모’처럼 대선 막판에는 오프라인에서 적극적인 지지활동을 펼치게 된다. 결국 “‘빠’ 1명은 선거에서 일반 지지자 100명과도 같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MB가 ‘넷심’ 얻을 수 있을까=이 후보 측은 넷심을 중요하게 평가하면서도 대선 본선을 겨냥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핵심관계자는 “범여권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네티즌 반응에 벌써부터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며 “넷심이 ‘논리 생산-유포ㆍ확산-수용 및 지지 등을 거쳐 형성되는 만큼 본선에서는 단계별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넷심’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변 위원장은 “네티즌 흐름은 역사적 산물이어서 급조할 수 없다”며 “넷심을 잡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이 후보가 지금이라도 생살을 잘라낼 정도의 탕평인사를 하는 등 누가 봐도 헌신적이고 감동적인 상황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권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는 넷심의 영향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 후보를 방어할 수 있는 논리개발, 본질적으로는 각종 의혹 해소에 관한 적극적인 활동이 사이버상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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