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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변하고 있다] (1) 한국전력
입력1999-01-18 00:00:00
수정
1999.01.18 00:00:00
올해로 창사 101년째를 맞는 한국전력.지난 1세기동안 한전은 공룡처럼 덩치를 키우는 데만 몰두해왔다. 그러나 IMF한파가 불어닥치면서 큰 덩치는 더이상 힘의 원천이 될 수 없게 됐고 한전은 살아남기위해 뼈를 깎고 살을 잘라내야 했다.
지난해 한전이 이룩해낸 구조조정 실적은 국내 공공부문 경영개혁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전은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므로 자칫 구조조정 과정에서 차질이 생길 경우 다른 공기업이나 민간부문에도 파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인지 지난해이후 한전에 부는 개혁바람은 얼음칼날같다는 평까지 얻었다. 조직 내부의 군살이 빙하덩어리가 갈라지듯 일순간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한전이 경영혁신에 착수한 시기는 정부의 1차 공기업 민영화 계획이 발표되기 2달전인 지난해 5월부터. 한전 최초의 공모사장으로 장영식사장이 취임하면서 구조개혁이 본격화됐다.
한전 개혁의 굵은 줄기는 조직·인력감축, 재무구조 개선, 경영합리화, 고객서비스 혁신, 제2의 건국운동 주도등 5가지로 집약된다.
◇인력 감축= 군살빼기 작업은 인원감축에서 시작됐다. 張사장은 취임 다음날 집행간부의 25%와 3개 직제를 줄였다. 본사는 7개 처(실)을 없앴다.
직원들은 아연 긴장했다. 업무도 파악하기 전에 전격 단행된 개혁이어서 처음엔 그저 엄포거니 여겼다. 그러나 이후 계속 몰아친 조직개편의 회오리에 휘말리고서야 직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한전은 지난 연말까지 부단위 41개와 사업소 29개를 폐지하며 모두 3,765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정부 공식 지침보다 39%가 더 많은 인력감축 규모다.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조직의 슬림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됐다. 정보통신 회사에 대한 출자지분과 해외 자원개발사업 지분을 모두 매각되고 전산업무는 아예 외부로 넘겼다. 비핵심사업은 과감히 매각하고 아웃소싱을 늘린다는 것이 조직개편의 기본원칙이었다.
張사장은 『조직 혁신으로 인건비 840억원을 절감했다. 반면 경기침체로 전력수요가 줄었지만 노동생산성은 오히려 1.6%가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외화 획득= 외자유치가 국가적 과제로 부각되면서 한전은 외화 획득이나 외채 절약에서도 단연 모범을 보이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외채를 줄이기 위해 발전용 연료 수입량을 축소하는 대신 무연탄 발전을 늘려 1억 2,000만달러를 절약했다. 또 유연탄을 저가로 구입해 1억 4,000만달러를 절감했다.
고철이 되어 폐기처분하려던 군산·영월 복합화력을 국제입찰에 부쳐 5,57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발전소를 외국에 팔아치운다는 발상은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대 변화다.
한전이 지난 100년간 축적한 노하우가 달러벌이로 연결되기도 했다. 한전은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 성능복구공사, 대만 포모사화력 운전자문용역, 북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원전 건설사업 등 기술용역을 제공해 모두 3,739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재무구조 개선= 한전은 지난해 증권시장 안정과 주주 보호를 위해 자사주 1,006만주를 매입했다. 그런데 증시회복에 따라 주식값이 크게 상승, 국제시장에 매각하더라도 무려 2,500억원이상 차익이 기대되고 있다. 스스로 노력해야 하늘이 돕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대목이다. 이 돈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큰 힘이 된 것은 물론이다.
한전은 악화된 재무구조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중장기 설비투자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오는 2015년까지 152만㎾의 발전소 건설 계획을 축소하고 646만㎾의 수요관리와 발전소 수명연장으로 투자비 11조원을 절약한 것이 그 실적이다.
◇제2 건국운동 실천= 경영혁신 소용돌이 속에서도 한전은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제2건국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도 이러한 방침에따른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실업극복 국민운동본부에 465억원을 기탁, 주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직원들이 받는 연간 기준임금의 13%에 해당하는 이 돈은 한전 임직원이 스스로 임금을 반납해 마련한 것이다.
한전은 순수 국내산 무연탄을 사용하는 동해 화력발전소를 조기 준공, 연간 무연탄 110만톤을 소비함으로써 2,000명 이상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
한전의 경영혁신 작업은 종전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면서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공기업도 기업이다. 기업 성과를 재는 일차적 잣대는 당연히 경영성적이다.
한전은 경영혁신과 회계제도 변경등에 힘입어 올해 2조3,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고 창사이래 최대 규모다. 9,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지난해 순익에 비해 2배이상 증가한 액수다. 국내 모든 기업이 사상 유례없는 경기침체를 겪은 올해, 한전의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9% 늘어난 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연기금 펀드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한전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배경이다.
한전의 경영혁신은 일단 합격선 안으로 들어와 있다.
그러나 남은 길은 더 험난하다. 한전의 개혁은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발전부문이 여러 개의 회사로 분리돼 경쟁체제로 운영되며, 배전·송전사업도 독립될 계획이다. 초특급 태풍이 예고된다.
지난해 한전이 이를 악물고 개혁작업을 서둘러 온 것도 앞으로도 헤처나가야 할 과제가 수북히 쌓여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예고된 폭풍과 파도를 어떻게 하나하나 이겨내며 순항할 지 잘 지켜 볼 일이다. 【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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