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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기업 신문고’ 제안까지
입력2003-12-03 00:00:00
수정
2003.12.03 00:00:00
이철균 기자
내수 부진과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대(對)기업이미지도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탈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기업하기가 요즘처럼 어려운 적도 없다”는 한탄이 산업현장 곳곳에서 들린다.
올해 새로 출범한 참여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가시적인 조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산업규제 완화를 위한 대정부 건의사안 29건에 대해 정부가 수용한 건수는 16건(55.2%)에 그쳐, 최근 3년 평균 67%에 비해 14%포인트나 하락했다. 사안별로 다르기 때문에 건수만 가지고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감지된다. 특히 수도권 공장총량규제만 봐도 정부가 얼마나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가를 알 수 있다. 금방 풀어줄 것처럼 하더니만 각종 절차와 눈치보기에 얽매어 아직도 `일부수용 및 추후 검토` 단계에 있다.
규제 가운데 상당수가 각 부처와 지자체 등에서 중첩돼 있고, 또 모호한 게 많은 것도 큰 문제다. 이 때문에 애로사항이 수시로 생기고 문제해결 기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특히 제조업지원 서비스업 등 신종사업에서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정경유착, 회계부정, 규제완화의 악용 등을 일삼아 왔던 기업 측에 책임이 있다. 하지만 경제를 아랑곳 하지 않고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지속돼서는 곤란하다. 경제가 살아야 나라도 살지 않겠는가.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일 정부와 경제단체가 한 자리에 모여 `기업투자애로해결 정책협의회`를 가졌다.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對)국민 기업이미지 제고가 중요하다. 기업이미지가 땅에 떨어져 있는 한 규제완화에 대한 공감대를 얻기 어렵고 정부의 운신 폭도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단체들은 교육부, 재경부 등과 협의해 기업의 현실을 알리는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일에 더욱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규제를 단순화하고 완화된 규제가 현장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책협의회에서 기업들이 제기한 `기업신문고`(원스톱서비스) 설치 문제를 정부는 적극적으로 검토ㆍ시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내부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호전되고 있는 대외여건을 잘 살리면 재도약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선에서 뛰는 기업들의 운신 폭을 넓혀줘야 한다. 추락하는 기업에 날개를 달아 주자.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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